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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아카데미 벽을 허문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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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30 22:23:24 수정 : 2021-04-30 22: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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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녹음이 우거진 5월 어느 날 두 쌍의 남녀가 숲 속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에두아르 마네의 대표 작품 ‘풀밭 위의 점심식사’인데 점심식사 광경치곤 좀 문란해 보인다. 마네는 인상주의 운동에 가담하거나 인상주의의 잘게 쪼갠 색채 묘사 방법을 따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시 미술계를 질식시켰던 아카데미 위주의 보수적이고 경직된 미술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인상주의자들과 뜻을 같이했다. 그래서 이 그림도 당시 주류 미술인뿐만 아니라 미술애호가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두 가지 측면에서였다.

하나는 내용적 측면인데, 아니나 다를까 점심식사 장면치곤 너무 외설스럽다는 점에서였다. 지금까지 그림에서 여체 누드는 없었을까? 그런 건 아니고, 그림에 등장했던 여체 누드들이 신화나 우화와 같은 베일에 싸인 채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제시됐기 때문이었다. 마네의 이 그림처럼 현실적인 장면 안에서 여체의 누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그림은 없었기에 사람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야외 나들이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장면 속에 여체의 누드가 등장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마네에게 쏟아진 또 다른 비난은 ‘그림의 방식이 잘못됐다’는 점이었다. 색의 밝고 어두움을 단계적으로 변화시켜 입체감을 나타냈던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마네가 검정색과 흰색을 강하게 대비시켜 평면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킨 것도 문제였다. 전통적인 사실적인 묘사방식을 벗어났다는 점에서였다. 이처럼 마네는 주제와 방식에서 당시 미술계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뚫고, 새로운 미술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 결과 주제와 방식의 자유로 향한 미술가들의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났고, 현대미술의 풍요로 이어졌다.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이 화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보수적이며 폐쇄적인 분위기인 아카데미의 벽을 뚫고 이룬 성과이기에 더욱 뜻깊다. 무엇보다 10여년의 공백을 넘어 50여년 연기 인생을 이어 온 74세 노배우의 의지와 경륜이 존경스럽다. 희망찬 아침을 열어준 윤여정 파이팅!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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