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 산틸리 영입 이어
후임 사령탑 선임 ‘또 한번의 파격’
세터 한선수보다 두 살이나 어려
亞 배구도 익숙… 향후 행보 주목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의 대한항공은 지난해 5월 박기원 감독의 후임으로 이탈리아 출신 로베르토 산틸리(55)를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파격적 선택이었다. 남자부 최초로 외국인 감독이 팀을 이끌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리그 최정상권의 전력을 꾸린 팀이라 국내 감독으로 안정적 시즌을 보냈어도 충분했지만, 위험부담이 있는 외국인을 팀의 리더로 맞이했다. 이 선택은 주효했다. 외국인 선수의 장기 이탈 등 우여곡절 속에서도 대한항공은 팀이 가진 잠재력을 100% 코트에 끌어내 정규시즌과 챔피언결정전을 동시에 석권하는 통합우승을 창단 이후 처음으로 해냈다.
대한항공이 또 한 번의 파격을 감행했다. 통합우승 뒤 유럽으로 돌아갈 의사를 밝힌 산틸리의 후임으로 핀란드 출신의 토미 틸리카이넨(사진)을 선임한 것. 이미 한 번 있었던 일인 만큼 외국인 감독 선임은 파격은 못 된다. 진짜 파격은 틸리카이넨이 불과 34세라는 점이다.
최근 초대형 재계약을 맺은 팀 리더이자 주전 세터 한선수(36)보다도 두 살이나 어리다. 물론 틸리카이넨은 경험과 성과에서 대한항공을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허리부상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접은 뒤 23세 때인 2010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폴란드리그에서 세 번이나 정상을 차지했고, 4년간 일본 나고야 울프독스를 이끌어 아시아 배구에도 익숙하다. 그러나 여전히 나이가 중요한 문화인 한국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감독은 모험일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감독 체제를 통해 유럽식 훈련 시스템과 실전 기술 접목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고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 젊은 외국인 감독을 통해 유럽배구의 최신 트렌드를 팀에 녹여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선임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일본에서의 경험 외에 또 다른 모험을 찾고 있었는데, 대한항공과 같은 명문팀에서 함께 뛸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큰 행운”이라면서 한국에서의 도전을 반겼다. 과연 대한항공의 또 한 번의 모험수가 이번에도 멋지게 적중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지난달 28일 여자배구에 이어 이날 남자부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했다. 2012년부터 3시즌간 삼성화재에서 뛰며 사상 최초로 3시즌 연속 최우수선수상(MVP)을 차지했던 레오나르도 레이바(31·쿠바·등록명 레오)가 명단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된 가운데 결국 1번픽으로 OK금융그룹에 지명돼 6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하게 됐다. 2번픽을 행사한 한국전력은 바르디아 사닷(18)을 선택했다. 그는 V리그 최초의 이란 출신 선수인 데다 19세로 지명된 지난 시즌 케이타를 뛰어넘는 역대 최연소 외국인 선수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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