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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관리 구멍 어쩌나… 코로나發 인력난에 1년 넘게 검사 중단

입력 : 2021-06-15 06:00:00 수정 : 2021-06-14 22: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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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인력난에 잠정중단 장기화
서울 25개구 중 6곳만 검사 그대로
2020년 검사건수 2019년比 83% 급감
양성률 0.45%→ 5.36%로 확 뛰어

일반 병의원은 실명 노출 불가피
“숨은 감염자 통제 어려워져” 우려
질병청 “코로나로 당장 재개 못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보건소 업무가 코로나19 대응에 편중되면서 기존에 담당하고 있던 업무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검사가 중단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관리에 구멍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시에서 HIV 무료·익명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보건소는 전체 25개 자치구 중 6곳에 불과하다. 당초 서울 등 전국의 보건소는 에이즈 관리를 위해 HIV 무료·익명 검사를 제공해 왔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대부분 잠정 중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건소 인력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해 HIV를 비롯한 감염병 관리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HIV 관리에서 보건소의 역할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HIV 익명검사의 경우 보건소를 제외하면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드물다. HIV 특성상 익명검사를 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 병의원을 찾을 경우 실명 노출이 불가피하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건소 익명검사는 검사를 받지 않으려는 위험군이 검사를 받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의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 기준 국내 HIV 신규 감염인 1222명(내국인 1005명, 외국인 217명) 중 보건소를 통해 검사를 받은 사례는 367명(30%)에 달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보건소의 HIV 검사 건수는 급감했다. 서울의 경우 2019년까지 보건소를 통한 HIV 검사건수가 2만7406건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해에는 4641건으로 83%나 감소했다. 올해는 3월까지 466건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HIV·에이즈 감염 신규 신고 건수는 전년보다 21% 감소했다. 이는 실제 환자가 감소한 것이 아니라 보건소 검사가 막히면서 검사를 받지 않은 사례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HIV 확진자들이 검사를 받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경우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사 대비 양성률은 오히려 증가해 서울의 경우 2019년 0.45%였던 양성률이 올해는 3월까지 5.36%로 급증했다.

앞서 코로나19 의료공백인권실태조사단은 지난해 11월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공공 의료체계가 코로나19에 집중하는 사이 에이즈와 같은 감염병을 가진 취약계층이 병원에 가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사단은 “HIV 감염인과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들은 적은 수의 공공병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HIV와 같이 주로 공공병원이 아니면 관리가 어려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경우 의료공백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고 우려했다.

최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HIV 양성 판정을 받은 코로나19 확진자의 체내에서 30종이 넘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등 HIV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HIV 관리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서울시는 HIV 검사의 정상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돼야 HIV 검사 재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보건소 인력 부족이 워낙 심한 상태여서 당장은 HIV 검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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