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계 전시 성폭력 추방의 날’인 1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역사왜곡과 부정으로 이들을 고통으로 내몬다는 말로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세계 전시 성폭력 추방의 날’은 성폭행을 전쟁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20호가 채택된 날(2008년 6월19일)을 기념해 2015년에 제정됐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여전히 곳곳에서 무력분쟁은 계속되고 여성들의 고통은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일본군성노예제 문제가 있다”며 “생존자들이 당당히 나서서 국제사회에서 전시 성폭력 사례로 문제를 제기하고, 전시 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제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지만, 가해국 일본정부는 그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제 사회가 인정한 반인도적 범죄이자 전시 성폭력 문제인 일본군성노예 피해자들의 법적 배상 권리를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는, 최근 국내 법원의 잇따른 판결 또한 정의회복의 걸음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린 데 따른 반응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일본 정부에 ‘국가면제’(주권면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이같이 판결했다. 국가면제란 한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의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을 뜻한다.
당시 재판부는 “대한민국 법원이 오로지 국내법 질서에 반한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면제를 부정하면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국가면제에 취한 태도와 배치되고, 국제 사회의 질서에 반할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상대국과의 외교관계에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이유로 피고에게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 요건의 불확실성 때문에 향후 국가면제가 부정되는 범위에 관해 상당한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이 많은 고통을 겪었고, 대한민국이 기울인 노력과 성과가 피해자들의 고통과 피해를 회복하는 데는 미흡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해 회복 등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은 외교적 교섭을 포함한 노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16명 중 12명은 항소 제기를 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 판결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1차 소송에서 지난 1월 승소했던 것과 결론이 달랐다. 같은 법원 민사합의34부(당시 김정곤 부장판사)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과 함께, “일본의 불법 행위에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재판 관할권을 인정했으며, 일본이 무대응 원칙을 고수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윤 의원은 19일 글에서 “길고 긴 불처벌과 부정의의 역사를 털어버리고 전시 성폭력은 반드시 처벌된다는 원칙을 확립해, 지극히 상식적인 관행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응당한 책임 이행과 처벌이 재발방지를 이루는 길이다”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제사회와 각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비롯한 가해국 정부와 전쟁 세력에 책임이행을 요구해야 한다”며 “세계 여성, 시민들과 손잡고 전시 성폭력 근절을 위한 걸음에 함께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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