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여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도정 공백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선거 일정에 따라 당 대선 후보는 9월10일 확정되며, 공직선거법은 20대 대선에 출마하는 공직자의 사퇴 기한을 12월9일(선거일 90일 전)로 못 박고 있다.
◆ “1년 가까이 도정 공백” vs “도정 시스템이 해소”
1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앞으로 이 지사가 당내 경선을 치르고 후보로 선출돼 지사직을 사퇴하는 수순을 가정하면 내년 지방선거까지 최장 1년 가까이 도정 운영이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도지사 선거 당시 약속대로 가능한 한 도지사직을 유지하면서 공약 사항들을 마지막까지 챙기겠다는 입장이다. 도 안팎에선 이 지사의 대선 출마에 따른 도정 공백은 이용철 행정1부지사를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이 해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 지사는 2017년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2개월여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고, 2018년 6·13 지방선거 때는 공직 사퇴시한 하루 전날(3월14일) 시장직을 사퇴하고 도지사에 도전했다.
공직을 정상 수행하며 정책 대결을 이끌어가는 게 경선·선거 과정에서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의 측근들 사이에선 “양수겸장도 실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이 지사는 17명의 광역자치단체장 평가(리얼미터 조사)에서 지난해 6월부터 8개월간, 올해 들어서도 4~5월 2개월간 연속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반면 조직 장악력과 업무 추진력이 강한 이 지사가 대선 출마로 자리를 비우면 업부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정책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던 정무라인이 속속 사직하고 캠프에 합류하면서 인사 공백이 커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부 야당 도의원들은 “도정에는 몸만 있고 마음은 경선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 개인 자격으로 경선 참여…빡빡한 일정 소화해야
도지사직 유지는 이 지사 입장에서도 쉽게 감당할 수 없는 ‘핸디캡’이다. 이달 12일(선거일 240일 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받는데, 공직선거법상 현직 도지사는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없다.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으면 선거사무소를 둘 수 없고 홍보 현수막이나 홍보물도 활용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정견 발표, 경선 토론회 등은 공식 일정이 아닌 만큼 연차를 쓰거나 개인 일정을 쪼개 소화해야 한다. 이 지사는 지금까지 국회 토론회, 지자체 협약식 등의 자리에서 백브리핑 형태로 기자들을 만나 소통을 이어왔다.
이에 따라 도 안팎에선 이 지사가 캠프의 대선 전략에 따라 애초 예상과 달리 지사직을 앞당겨 사퇴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당내 경선 등 선거 일정이 시작되면 지금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탓이다.
이 지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대선 출마 선언에서 “이재명은 지킬 약속만 하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며 성남시장과 도지사로 일해온 과거를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후광, 조직, 돈, 연고 아무것도 없는 저를 응원하는 것은 성남시와 경기도를 이끌며 만들어낸 작은 성과와 효능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지사에 앞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경기도지사는 모두 4명으로 본선 또는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인제 지사는 1997년 15대 대선에서 국민신당을 창당해 대권에 도전했지만 3위에 그쳤고, 2002년 16대 대선에선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했다.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의 나머지 전직 지사들은 경선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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