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위해 몸 던져… 비난 감수”
공교육 정상화?탈원전 재검토 등
정책 비전 제시로 尹과 차별화 의도
외교·경제 현안엔 준비 부족 드러내
5일 대구·경북 시작 전국 민생 투어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6월 감사원장 자리에서 사퇴한 지 32일 만이다. 최 전 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중립 훼손’ 논란에 대해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고 좋은 평판을 받는 사람으로 남느냐, 아니면 비난을 감수하고 대한민국을 위해 나를 던질 것인가. 저의 선택은 ‘대한민국’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에 날을 세우면서도 미래 세대를 위한 기업 규제 완화와 공교육 정상화, 한·미동맹을 축으로 한 당당한 안보 정책 등 국가 비전을 내세웠다.
최 전 원장은 먼저 감사원장직을 내려놓자마자 정치에 투신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파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온라인 출마 선언식에서 애국가를 부른 뒤 단상에 선 그는 “대통령 한 마디에 오로지 이념과 정치적 목적에 따라 국가 근간이 되는 정책이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것을 봤다”며 문재인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감사원장으로 있으면서 현 정권의 일이라도 ‘검은 것은 검다 하고, 흰 것은 희다’ 했다. 하지만 벽에 부딪혔다. 그 벽은 ‘권력의 단맛에 취한’ 지금의 정권이었다”며 대권 도전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했다.
청년들을 겨냥한 비전 제시로 자신이 문재인정권의 대안임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그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조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교육 정상화에 대해선 “특정 이념 달성을 위한 수단이 아닌,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제도를 확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도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진 에너지정책의 전면 재구축 방침과 확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도 드러냈다.
이날 최 전 원장의 각종 정책 구상은 ‘반문재인’ 메시지를 주로 내세웠던 경쟁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선언문과 대조적이었다. 윤 전 총장의 선언에서 “뚜렷한 정책적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던 만큼, 네거티브 싸움에 치우치기보단 미래 대안 제시를 통한 정책 경쟁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 전 원장 캠프는 선언문 준비 단계에서부터 ‘미래’를 강조해 윤 전 총장과 차별화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각종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수차례 준비 부족을 드러낸 점은 ‘정치 초년생’으로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은 한반도 위기를 구할 대북정책의 구체적 방안을 묻는 말에 “정치에 입문한 지 오래되지 않아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한 질의에도 “경제 철학이 부족하다”고 인정하며 “경제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국민들에게 좋은 대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은 다른 질문에도 “쉽지 않은 질문이다”, “구체적 답변을 드릴 충분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최 전 원장의 공식 대권 도전 선언으로 야권 대선 레이스도 본격화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윤 전 총장이 아닌 본인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저는 정치적 분열 상태를 야기한 과거의 일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답하며 자신이 국민 통합을 이뤄낼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최 전 원장은 5일 대구·경북, 부산·경남권을 시작으로 강원도까지 이어지는 ‘J형 민생투어’에 나서 지역 민심 공략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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