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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마저 무너진 한국 야구… 도미니카共에 패하며 ‘4위’로 빈손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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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07 16:42:10 수정 : 2021-08-07 16: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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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 결정전서 6-10으로 역전패
도쿄올림픽서 3승 4패, 4위에 그쳐
야구 대표팀이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 도미니카공화국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10-6으로 패하며 4위를 차지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 한국 야구가 도미니카공화국에 패배하며 빈 손으로 2020 도쿄올림픽을 마쳤다. 베스트 전력을 꾸리지 않은 일본, 미국에게 연달아 패배한 뒤 도미니카공화국에 마저 역전패를 당하면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지키지 못했다.

 

한국은 7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6-10으로 역전패했다.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에 이어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패하며 한국은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9전 전승으로 우승한 한국 야구는 13년 만에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돌아온 이번 도쿄 대회에서 대회 2연패를 노렸다. 하지만 시상대 위에도 오르지 못하며 6개 참가국 중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약속의 시간’으로 불렸던 8회가 이날은 악몽이 됐다.

 

한국은 6-5로 근소하게 앞선 8회초 ‘한·미·일’ 야구를 모두 경험한 베테랑 마무리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을 마운드에 올렸다.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 8회초 1사 2,3루 상황 오승환이 도미니카 프란시스코에게 역전 2타점 2루타를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오승환은 전직 빅리거와 현 마이너리거로 구성한 도미니카공화국 타선을 버티지 못했다.

 

첫 타자 제이슨 구즈만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오승환은 에밀리오 보니파시오에게 희생 번트를 허용해 1사 2루에 몰렸다.

 

에릭 메히아의 땅볼 타구가 1루 파울 라인 안쪽으로 굴렀고, 오재일(삼성)이 넘어지며 공을 잡았다.

 

그러나 오승환의 1루 커버가 늦어, 메히아는 1루에 안착했다. 일본전 고우석(LG 트윈스)이 1루 커버에 실패한 뒤 대량실점이 시작됐던 것처럼 악몽의 시작이었다.

 

훌리오 로드리게스와의 승부에서 볼넷을 내줘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오승환은 후안 프란시스코에게 던진 초구가 홈플레이트를 맞고 튀는 폭투가 돼 1점을 헌납했다.

 

한국은 허무하게 6-6 동점을 내줬다.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승환은 1사 2, 3루에서 로드리게스에게 좌중간 담을 때리는 큼지막한 역전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이어 후속타자 요한 미에세스에게는 왼쪽 담을 크게 넘어가는 대형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 1회초 1사 3루 상황 로드리게스 훌리오에게 투런포를 허용한 선발투수 김민우가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한국 야구는 출발부터 불안했다.

 

한국은 1회에 홈런 두 방을 허용하며 4점을 빼앗겼다. 한국 선발 김민우(한화 이글스)는 1회초 1사 1루에서 로드리게스에게 시속 147㎞ 직구를 던지다가 왼쪽 담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곧바로 추가점을 냈다. 후속타자 프란시스코는 김민우의 시속 140㎞ 직구를 우중간 외야 관중석 상단에 꽂히는 대형 솔로포로 연결했다.

 

김민우가 미에세스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김경문 감독은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1회초 1사 1루에 등판한 좌완 베테랑 차우찬(LG 트윈스)은 멜키 카브레라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호세 바티스타에게 볼넷을 허용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찰리 발레리오가 1사 만루에서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였다.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 5회말 1사 2루 한국 이정후 타석 때 2루 주자 박해민이 3루 도루를 성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야구의 반격도 매서웠다.

 

주장 김현수(LG)가 반격의 선봉에 섰다. 김현수는 2회 선두 타자로 등장해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2루타를 치고, 박건우(두산 베어스)의 중전 안타 때 홈을 밟았다.

 

1-4로 끌려가던 4회에는 오른쪽 담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도미니카공화국은 5회초 2사 후 요한 미에세스의 중전 안타에 이은 카브레라의 우월 2루타로 1점을 추가해 5-2로 달아났다.

 

한국은 5회말 빗줄기가 굵어지고, 도미니카공화국 투수진이 제구에 애를 먹은 틈을 타 역전에 성공했다. 양의지(NC 다이노스)가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치자,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이 좌전 안타로 무사 1, 2루 기회를 만들었다.

 

박해민(삼성)이 중전 안타를 쳤고, 양의지가 전력으로 달려 득점했다. 이어진 무사 1, 3루에서 허경민의 투수 앞 땅볼 때 김혜성이 홈을 밟았다.

 

흔들리는 도미니카공화국을 박해민이 ‘발’로 무너뜨렸다.

 

박해민은 이정후의 타석에서 3루 도루를 성공하더니, 다리오 알바레스의 폭투로홈에 도달해 5-5 동점을 만들었다. 김현수와 대타 오재일(삼성)의 볼넷으로 만든 2사 1, 2루에서는 강백호(kt wiz)가 역전 중전 적시타를 쳤다.

 

이번 대회 대표팀 핵심 불펜 역할을 한 조상우는 2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조상우는 6회 2사 1, 2루에서 스윙을 시도하다가 공에 맞은 훌리오 로드리게스에게 ‘스윙’이 아닌 ‘몸에 맞는 공’을 선언한 케빈 스위니 주심의 이해할 수 없는 판정 탓에 만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조상우는 침착했다. 프란시스코를 삼진 처리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조상우가 마운드를 지킨 7회에도 도미니카공화국은 득점하지 못했다.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이 한국의 6대10 패배로 끝났다. 동메달 획득이 좌절된 한국 김현수가 어두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조상우 이후 마운드를 지킬 확실한 투수가 없었다.

 

한미일 프로야구 모두 특급 불펜으로 활약한 오승환이 나왔지만 도미니카공화국 타선이 힘으로 오승환을 눌렀다.

 

한국 야구는 도쿄올림픽에서 깊은 상처를 입고, 퇴장했다.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야구는 3승 4패, 4위에 그쳤다. 일본, 미국, 도미니카공화국에 연달아 3연패를 당해 충격은 더 컸다.

 

도미니카공화국은 한국을 제물로, 올림픽 야구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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