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號’ 리움, 4년 만에 재개관
미술관 로고 등 리노베이션 거쳐
‘젊고 개방적인 이미지’ 변화 기대
미술품 수집 MZ 늘어 거리 활기
18억 작품 판매 타데우스 로팍 등
국내외 명문 갤러리 둥지 틀기도
◆미술계 초미의 관심사인 리움 재개관
2000년대 초반 이후 용산구 한남동은 리움을 비롯해 주변에 갤러리가 속속 생기면서 종로구 평창동에 이은 ‘미술 벨트’로 부상했다. 하지만 리움이 장기간 휴관하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한남동 미술 거리도 침체됐다.
리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 연루 후, 2017년 올라퍼엘리아슨 기획전을 마지막으로 기획전을 열지 않았다. 지난 3월부터는 소장품을 전시해두는 상설전마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문을 닫고 아예 휴관했다. 2004년 리움 설립 이래 내내 리움을 이끌던 홍라희 전 관장도 2017년 관장자리에서 물러났다.
리움은 문을 닫은 동안 물밑에서 차근차근 ‘이서현 호’ 리움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리움 운영위원장이 삼성물산 시절 함께 일했던 디자이너 정구호씨와 함께 리노베이션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삼성문화재단 명의로 지난 2월에는 미술관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 로고인 MI(Museum Identity)를 새로 만들어 디자인출원을 하기도 했다.
리움은 그간 여러 결정권을 쥔 총수 구속 상태와 코로나19 확산 등 여러 상황을 보아가며 재개관 기회를 봐왔으나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술계에서는 3월 재개관, 5월 재개관 설이 돌다 미뤄지기 일쑤였다. 최근엔 작가들에게 9월 재개관 전시를 위한 작품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건희컬렉션 기부가 일단락됐고, 이 부회장 가석방 등 여러 상황이 정리되면서 이르면 9월, 늦어도 연내에는 리움이 대대적으로 변화한 모습으로 문을 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가에 기증되지 않은 나머지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관심도 뜨겁게 일 것으로 보인다.
미술계에서는 이 이사장이 직접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면서, 과거보다 한결 젊고 개방적인 미술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낸다. 이 이사장은 갤러리 구석구석을 돌며 좋은 작품을 찾아 수집해왔다고 한다. 리움은 국내 최고 사립미술관이라는 명성 이면에, 삼성가의 미술품 수장고라거나 폐쇄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다양한 갤러리 모여
한남동이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을 거란 기대는 또 있다. 미술품을 구입하고 향유하는 신규 컬렉터 층에 최근 밀레니얼지(MZ) 세대가 유입되면서 이들이 한남동 미술거리에 출현하며 활기가 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아시아 시장에서 서울을 주목한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한남동에 둥지를 틀면서 시너지가 배가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서울과 부산 등 국내에서 열린 주요 아트페어(미술 장터)에서 최고가 작품을 연이어 팔아치웠던 타데우스 로팍이 오는 10월 한남동에 문을 연다. 유럽 명문 갤러리인 타데우스 로팍은 지난 5월 열린 아트페어 ‘아트부산’에서 독일 신표현주의 화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18억원 넘는 그림을 판매한 곳이다.
이태원에 있다가 리움 골목 입구로 이전한 페이스 갤러리는 리움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인기 갤러리다. 기존 전시장보다 4배 확장하고 인테리어에도 공을 들였다. 한국 전통 요소를 가미하면서도 현대적으로 꾸며진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미술계에 입소문이 자자하다. 개관전으로 전후 미국 회화 혁신가로 여겨지는 흑인 원로작가 샘 길리엄 작품을 아시아 최초 개인전으로 선보였는데 시장 호응이 뜨거웠다.
국내 주요 갤러리들도 한남동에 터잡고 있다. 토종 메이저 갤러리인 가나아트가 가나한남, 가나나인원 두 곳에 갤러리를 열어두고 있고, 갤러리조은, 박여숙화랑 등 국내 유력 화랑들도 한남동으로 이전해왔다.
지난 6월 부산 파이프회사 태광이 새로 건립한 120평 규모의 파운드리서울도 개관과 동시에 한남동 미술 명소로 자리 잡아 젊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전시 공간을 두 곳으로 분리해 세계 미술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보여주는 해외 젊은 작가 전시와 국내 신진 작가를 발굴해 선보이는 전시를 동시에 선보이며 균형감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남동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한 인사는 “전통적인 컬렉터들을 보유한 유력 화랑부터 젊은 층을 공략하는 갤러리, 신생 화랑, 군소 화랑들도 많이 생겨 곳곳에서 전시가 활발하다”며 “다양한 취향이 공존하는 아트 밸리가 돼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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