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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챙겼다던 아프간 대통령 “난 빈손…귀국 논의 중”

입력 : 2021-08-19 09:21:08 수정 : 2021-08-19 09: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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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은 카불을 점령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아” / 현금을 챙겼다는 의혹에 “근거 없는 주장”
UAE서 대국민 연설하는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에 쫓겨 국외로 달아났던 아슈라프 가니(72) 아프간 대통령이 도피 당시 현금을 챙겼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가니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카불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현재 UAE에 있다”고 말했다.

 

영상 속 가니 대통령은 흰색 셔츠와 검은색 조끼를 착용했다. 그의 등 뒤에는 아프가니스탄 국기가 놓여있었다.

 

약 9분 길이의 영상에서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준비한 원고를 읽었다. 가니는 “(지난 15일) 대통령궁에 있을 때 보안 요원으로부터 탈레반이 카불까지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탈레반은 카불을 점령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그가 아프간을 떠날 때 거액의 현금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주장이며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가니 대통령은 “아프간의 정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귀국을 논의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현재 카타르에서 진행 중인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의 협상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편 가니 전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UAE 외무부는 1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가니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 일행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가니 전 대통령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UAE에 입국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이날 중동 매체를 인용해 가니 전 대통령이 현재 아부다비의 한 병원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니 전 대통령은 전국을 장악한 탈레반이 카불마저 포위하고 진입하려 하자 지난 15일 부인 및 참모진과 함께 국외로 급히 도피했다.

 

당시 가니는 페이스북을 통해 “탈레반은 카불을 공격해 나를 타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학살을 막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주아프간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는 스푸트니크 통신에 “정부가 붕괴할 때 가니는 돈으로 가득한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돈을 (탈출용) 헬기에 실으려 했는데 모두 들어가지 않아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때 가니 전 대통령이 챙긴 현금이 2000억 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모하마드 자히르 아그바르 주타지키스탄 아프간 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가니가 도피할 당시 1억6900만 달러(약 1978억 원)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그바르 대사는 “가니 전 대통령이 이 돈을 횡령한 것이며 그를 인터폴이 체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가니 전 대통령은 아프간 안팎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비스밀라 모하마디 아프가니스탄 국방장관 권한대행은 트위터를 통해 “가니 대통령 일행은 우리의 손을 묶고 놓고 국가를 팔아먹었다”고 비판했다.

 

가니의 라이벌인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 최고위원회 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수도를 버린 가니에 대해 신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압둘라 의장은 전날 가니 대통령의 탈출 직후 그를 곧바로 ‘전 대통령’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가니가 도피한 이후 그의 행선지를 두고 다양한 보도가 쏟아졌다. 문화인류학자 출신인 가니는 세계은행에서 근무한 뒤 아프간 재무부 장관을 거쳐 2014년 대통령이 됐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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