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무장조직 탈레반이 미군에 협력했던 통역의 가족에게 사형 판결을 전하는 통지문을 보냈다고 CNN방송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방송이 입수한 세 통의 통지문에 따르면 탈레반은 손글씨로 작성된 첫 통지문에서 미군 통역으로 활동했던 아프간 주민의 가족에게 재판에 나오라고 명령했다.
통지문에는 통역으로 일한 가족의 신변 안전에 도움을 주고 미국을 도왔다는 혐의가 기재돼 있었다. 두 번째 통지문 역시 손글씨로 작성됐는데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타이핑된 세 번째 통지문에서 탈레반은 침략자들에 대한 맹종을 중단하라는 경고를 거부하고 재판 출석요구를 무시했다며 사형판결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법원의 결정은 최종적이고 당신에겐 거부할 권리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통지문에 탈레반이 공문서에 쓰는 표식이 있었으며 지난 3개월 사이에 세 통의 통지문이 차례로 날아들었다.
CNN은 보복 위험을 우려해 통지문을 받은 당사자가 누구인지 특정하지 않았다. 다만 과거 해당 통역과 함께 활동한 전직 미군에게서 이러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통지문은 탈레반이 미군 협력자와 그 가족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사례 중 하나라고 CNN은 전했다.
탈레반은 아프간을 장악한 후 미군 조력자들에 대한 사면령을 발표했지만 곳곳에서 보복적 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아프간에 있는 자국 시민은 물론 자국에 통역 등으로 협력했던 현지 주민 및 가족을 대피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탈레반이 검문소를 설치, 협력자들의 순조로운 이동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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