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美 필두 ‘탄소중립 정책’ 속도
2020년 8월 기준 120개국 움직임 동참
韓도 정유업계 중심 네트워크 활성화
“전체 지구 표면적 2% 차지하는 도시
온실가스 배출량·폐기물의 70% 차지
공적 책임주체 지방정부 역할도 커져”
탄소중립 노력에 ESG 역할 확대 추세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평가기준 필요
취약층에 기후불균형 고통 가중 안돼”
탄소중립을 위한 국내외 정책 추진은 기후변화 속도만큼이나 빨라지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을 필두로 선진국이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우리나라도 국제사회 수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26일 세계일보 주최로 열린 ‘2021 세계기후환경포럼’은 2050 탄소중립과 기후변화라는 인류가 즉각적이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위기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탄소중립이 전 세계가 책임을 나눠 져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국제사회의 가장 중요한 현안, 탄소중립
기조발제를 맡은 김정인 중앙대 교수(경제학부)는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해외 입법 추진 현황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8월 말까지 120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일부 국가는 아주 과감하게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며 “정부 차원의 노력에 더해 전 세계 사업장은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100% 사용하겠다는 ‘RE100’ 선언에도 잇따라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도 정유업계까지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반도체 사업장, 조선업계까지 탄소감축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며 “아주 바람직한 선언이고 탄소중립을 위한 산·학·연·관 협력 네트워크가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박연희 이클레이(ICLEI) 한국사무소장은 ‘탄소중립을 위한 도시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지속가능한 도시·지방정부와 탄소중립 도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도시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의 원인이자 가장 유력한 해결책”이라며 “도시가 전체 지구 표면적의 약 2%를 차지하지만 에너지 소비는 60%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과 폐기물 발생은 70%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된 도시가 앞으로는 인간을 기후변화 위기에 노출시키는 환경 취약성을 보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 대도시의 3분의 1이 해안에 위치하고,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해안에서 60㎞ 안에 살고 있어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서다.
박 소장은 “도시의 지속가능성 관리를 위해서는 공적 책임 주체인 지방정부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며 ‘칸막이 넘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예컨대 서울은 넷제로가 어렵더라도 다른 농촌지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면, 일괄적인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어떤 곳은 더 적극적으로 배출량을 감축하고 서울 등 다른 지역은 재정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지역에서 국제사회의 문제의식과 합의를 어떻게 수용할지가 중요하다”며 “국제사회에서 탄소중립을 추진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세운 계획을 국제사회 합의와 함께 실천한다’는 지방정부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의 거대한 물결 속 ESG는 필수선택
탄소중립 노력에 더해 ESG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ESG 이슈가 기업 이미지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 유치와 이익까지 크게 바꾸는 시대가 됐다. 이미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ESG 요소를 반영해 기업 신용을 평가하기 시작했고, 세계 금융기관은 ESG 펀드·채권 발행을 활성화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84개국에서는 ESG 정보공개 제도를 도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ESG 평가나 정보공개에 세계 기준보다 뒤처지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ESG를 엄밀히 파악할 체계조차 갖추지 못했다. 김 교수는 “국내와 해외 기관의 ESG 평가 잣대가 다르고 국내 기관끼리도 다르게 평가한다”며 “평가 결과가 제각각이라 권위 있는 평가기관조차 점수 매기는 기준을 뚜렷이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 유치 시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의 ESG 리스크를 줄이려면 무엇보다 ‘일관성 있는 ESG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도선 고려대 사회공헌원장은 ‘ESG: 미래나눔교육을 통한 교육격차 해소’라는 주제로 진행한 두 번째 주제발표에서 사회 취약계층이 노출된 ‘기후 부정의’를 꼬집었다. 어 원장은 “기후변화 문제는 모든 계층에게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여러 불평등 문제에 기후불균등이 더해져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 문제와 특히 취약계층 아동의 문제가 분리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어 원장은 “기후변화에 책임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기후위기에서 가장 취약하고 가장 많이 고통받는다”며 “기후변화 원인이 되는 기업이 ESG 책임을 지고, 기후 부정의로 인해 더 많은 고통 감내해야 하는 취약계층, 특히 아동에게 주목해야 우리 사회 미래세대에 진 빚을 갚는 셈”이라고 말했다.
강동렬 한국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간사는 세 번째 주제발표로 ‘ESG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청년세대의 역할과 전략’에 관해 소개했다. 강 간사는 “젊은 층이 먹거리 선택이나 소비에서 윤리 문제를 점점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기준 소고기 소비만 줄여도 태양광발전으로 변환하는 만큼의 탄소감축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강 간사는 청년세대를 향해 “여러분 메시지 모두 정책 결정자에게 중요하다”며 “개인의 작은 행동이라도 다같이 협력해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종합토론이 이뤄졌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앞으로도 철강, 시멘트, 정유·석유화학 등 기존 산업 중심일지 고민이 필요한 때”라며 “장기적인 산업구조 개편 가능성을 가정하고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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