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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보호조치 불충분… 접근금지로 스토킹 범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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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06 15:32:41 수정 : 2021-09-06 15: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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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죄 피해자 80%
게티이미지뱅크

스토킹 범죄 피해자 80%가 ‘스토킹처벌법’에 규정된 피해자 보호조치에 대해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여성단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피해자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지난 7월28일부터 지난달 17일까지 진행한 ‘스토킹 피해 경험 및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스토킹처벌법에 마련된 피해자 보호조치(응급조치,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가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제재를 위해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이 80%(32명)에 달했다. ‘보통이다’는 응답은 17.5%(7명)였으며, ‘그렇다’는 2.5%(1명)에 불과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스토킹을 직접 겪거나 목격한 경험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했으며, 총 40명의 당사자(피해자 34명, 주변인 6명)가 참여했다. 

 

구체적으로는 “어디까지나 실질적으로 긴급, 임시적인 조치이고 가해자로부터 또 다른 피해를 입을 가능성과 보복당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접근금지 1, 2개월로는 스토킹 범죄를 피할 수 없으며, 가해자 처벌이 없는 채 접근금지 명령만 있다면 금지 기간 기다렸다가 다시 집요하게 가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등의 답변이 나왔다.   

지난 3일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열린 ‘스토킹, 당사자의 목소리로 정책을 말하다’ 토론회에서 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은 “특히, 응답자의 대부분이 이유로 보호조치의 핵심 내용인 접근금지의 기간이 짧다는 점을 꼽았다”면서 “‘임시적인 조치’로는 제대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끈질긴 스토킹 가해자의 보복 가능성만 높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토킹 피해에 대응하기 어려웠던 이유’를 묻는 문항에선 ‘가해자를 자극해 상황이 더 심각해질까 봐’라는 응답이 65%(중복 응답)로 가장 높았다. ‘가해자의 보복’에 대한 우려가 피해자들의 적극적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특히 가해자가 주소 등 개인정보를 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언제든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었다.

 

스토킹 피해에 대응하기 어려웠던 이유로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을 기록한 답변은 ‘대응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57.5%)였다. 김 팀장은 “주로 수사기관과 제도에 대한 불신, 폭력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스토킹 문제 해결과 피해자 인권보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 문항에선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85%(중복 응답)로 가장 많았고, ‘신변안전조치’가 82.5%로 뒤를 이었다. ‘피해자의 신원 노출 방지 및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제도’(80%), ‘전국적인 스토킹 인식개선 홍보 및 캠페인’(80%), ‘스토킹 피해자 지원제도(의료비, 생계비, 쉼터 등 지원)’(70%) 등도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김 팀장은 “제정된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을 협소하게 정의하고 반의사불벌조항을 포함하는 등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피해자 보호 및 인권보장을 위한 정책 또한 ‘보호법 마련’으로 미루어 큰 우려와 과제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스토킹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스토킹이 젠더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관점을 명확히 하고, 법·제도 개선과 사회 인식 변화를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용상 불이익처분 금지 △피해자 정보 및 비밀 누설 금지 △피해자와 신고인에 대한 보호 △피해자 변호 선임 특례 △피해자보호명령 등 촘촘한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절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토킹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지원을 해온 배수진 변호사는 토론회에서 스토킹처벌법의 응급조치는 가정폭력처벌법의 응급조치와 달리 현행범인 체포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배 변호사는 ‘긴급응급조치’의 경우, 스토킹 행위 상대방의 동거인·가족에 대한 접근금지가 필요하다는 점과 1개월의 기간이 피해자 보호면에서는 짧고 가해자 입장에서는 악용할 여지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향후 스토킹처벌법 개정 방향에 대해 ‘스토킹 행위’에 대한 종합적 판단, 접근금지 대상 확대, 가해자 제재조치의 다양화, 피해자(임시)보호명령, 반의사불벌조항 삭제, 수사·재판 절차상 피해자지원조치 도입 등을 제안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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