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입당 방식·경선 룰·김종인 합류 등
사사건건 충돌… 선대위 인선서 폭발
내년 지방선거 둘러싼 주도권 경쟁
尹, 李와 소통 묻자 “많은 분 얘기가 우선”
입지 좁아진 李, 지인에 답답함 토로
선대위 출범하는 6일 전 회동 가능성
“터질 문제가 터졌다.”
대선을 100일도 남기지 않고 벌어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당무 거부’ 사태를 두고 당내에서는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 대표 사이에 쌓인 해묵은 갈등이 선대위 인선으로 폭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후보의 입당 방식을 둘러싼 충돌을 시작으로 TV토론회 중심의 경선 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합류와 선대위 인선·일정 공유까지 윤 후보와 이 대표 측은 당의 주도권을 놓고 파열음을 빚고 수습하길 반복해왔다.
통상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당이 재편됐지만 이번에는 △정치 신인인 대선 후보 △30대 당 대표의 상징성 △김종인 변수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내부 투쟁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선대위를 통한 당권 장악과 이 대표·김 전 위원장의 협력을 끌어내는 것이지만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이해관계까지 얽히면서 이를 해소할 윤 후보의 정치적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윤 후보는 1일 충남 천안에서 상공회의소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으로부터 얘기 듣기로는 이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도 아니다”라며 “이 대표가 홍보미디어본부장을 맡고 있는데, 당의 홍보국장을 통해 선거운동 계획과 실행방안에 대해 계속 보내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 대표와 소통 계획에 대해서는 “많은 분을 만나 얘기를 듣는 것이 현재로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이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당무 거부에 대해 “(윤 후보가)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본인은 충청도에서 열심히 선거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서울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서 캠페인이 지금 묻히고 있는 그런 상황 아니냐”며 “왜 그런 결심을 한 이유가 뭔지에 대해서도 잘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일단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잠행을 결심한 지난달 29일 전후로 가까운 인사들에게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반대한 경기대 이수정 교수가 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되는 등 마찰을 빚은 인사들이 선대위에 속속 합류한 데다 후보 직속의 청년조직 신설 등에 자신의 인사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윤 후보 측근 인사의 선대위 자리 나눠 갖기가 대선에 캠페인과 전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누차 경고해왔다. 멀게는 윤 후보 입당 과정의 당 대표 패싱, TV토론 중심의 경선 룰, 윤 후보 캠프를 겨냥한 ‘하이에나’ 발언 등으로 양측의 갈등은 계속 누적돼왔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전원 경선과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등으로 당의 체질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이 대표의 구상이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윤 후보 측 인사들의 반발을 사는 점도 이 대표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기습 잠행에 내부적으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윤석열·이준석’ 조합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데 중론이 모이고 있다. 윤 후보 측도 그간 이 대표에게 쌓인 불만에도 공개적인 반응을 자제한 채 이 대표의 진의 파악에 매진 중이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에게 윤석열·이준석 싸움은 내부 권력투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윤 후보가 이 대표를 품는 정치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격적인 갈등 해소를 위해 윤 후보와 이 대표의 회동이 선대위 출범식이 열리는 6일 전에는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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