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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원 “생과Ⅱ 20번 정답 취소”… 교육당국 무능이 혼란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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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15 23:29:23 수정 : 2021-12-15 23: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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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역전 등 상위권 입시 혼선
평가원장 사퇴는 미봉책일 뿐
출제·관리시스템 재점검해야

법원이 어제 출제오류 논란을 불러온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결정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했다. 앞으로 이어질 입시 일정을 고려해 당초보다 이틀 선고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이번 선고로 이 과목 20번 문항은 모두 정답처리된다. 이 문항은 주어진 지문을 읽고 두 동물 종 집단 가운데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선택지 3개의 진위를 가려낼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재판부는 “생명과학의 원리상 동물집단의 개체수가 음수(-)일 수는 없으므로, 주어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집단 Ⅰ, Ⅱ가 존재하지 않는 명백한 오류가 있다”고 판결했다.

 

초유의 ‘공란’ 성적표 배부도 문제이지만, 이번 결정의 후폭풍은 가늠하기 힘들다. 생명과학Ⅱ 응시생은 6515명으로 전체 1.5%에 불과하지만 의대, 약대, 카이스트 등을 노리는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판결로 평균이 약 1.5점 상승하면서 이 과목 표준점수 최고점은 기존 69점에서 1점가량 하락한다. 기존 ‘5번’ 정답을 맞힌 학생과 나머지 학생 간 등급 역전현상도 일어난다. 당초 정답을 맞힌 학생들의 허탈감도 클 것이다. 상위권 학생들의 연쇄이동은 중상위권 대학 입시에도 파장을 몰고올 게 뻔하다. 이미 법원의 ‘정답유예’ 결정으로 일반대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일은 이틀, 수시 합격자 등록일, 미등록 충원기간, 충원등록 마감일은 하루씩 늦춰졌다.

 

해당 문항의 문제를 알고서도 ‘이상 없음’으로 결론 내린 평가원의 책임이 크다. 첫 이의제기에 평가원은 ‘문항에 오류는 있지만 정답을 찾는 데는 이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의신청 검토과정에서도 평가원 간부 등이 소속된 교육학회들이 ‘셀프’ 검증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샀다. 강태중 평가원장이 “책임을 절감한다”며 사퇴했지만 여기서 그칠 일이 아니다.

 

입시의 생명은 공정성과 정확성이다. ‘불수능’, ‘물수능’이라는 난이도 지적에만 매몰되다 보니 그동안 6차례의 출제오류 논란에도 개선책은 용두사미에 그쳤다. 특히 올해부터 문·이과 통합수능과 정시비중이 확대되면서 어느 때보다 수능의 신뢰성이 요구되던 때였다. 교육당국은 이제라도 철저한 자성과 함께 출제와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재점검하고 명확한 난이도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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