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멈추고 고강도 거리두기로 유턴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어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정부가 현 방역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를 시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와 위중증·사망자수의 급증세에도 ‘특단 조치’ 시행을 머뭇거리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던 기존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지난달 1일 일상회복이 시작된 뒤 44일 만에 내린 고육책이지만 진료 현장의 의료인들이 일찍부터 요구하던 내용이어서 뒷북 조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자영업자와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 오늘 거리두기 최종안을 발표한다. 사적모임 가능 인원은 수도권의 경우 현재 6명에서 4명으로 줄어들고,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오후 9시 또는 오후 10시까지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10일 ‘특단의 조치’를 언급한 이후 닷새 만에 거리두기 강화 카드를 꺼내든 것은 병상과 의료인력 등 의료체계가 붕괴 직전 상황에 직면했다고 판단해서다. 방역패스와 재택치료까지 곳곳에서 파열음이 불거진 것도 주요 원인이다.
지난달 1일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시행할 당시 민간병상 확보나 인력충원 계획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코로나 19 환자를 수용할 공공병상도 전체 병상의 10%에 불과했지만 지난겨울 병상 부족 비상사태를 겪고도 이를 간과했다. 오로지 높은 백신접종률에 기댔다. 위드 코로나에 나설 의료 여건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번 거리두기 강화는 정부의 안이한 현실 인식과 준비 부족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은 탁상 행정의 민낯을 보게 된다.
그래서 이번 거리두기 강화 선언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집 때문이라는 얘기들이 흘러 나온다. 정부가 구체적 방역강화 조치 발표를 오늘로 예고한 점도 대통령의 호주 방문 기간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는다. 정부는 거리두기 복귀를 발표하며 “의료진 소진을 막고 국민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병상을 확충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위기를 방치하면 손쓸 수 없는 국면이 초래된다. 뭘 그리 우물쭈물대는가. 오늘 발표하고 20일(월요일)부터 적용한다면 또 때를 놓칠 수 있다. 당장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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