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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스티븐 킹의 글쓰기 책 서두는 이런 말로 시작한다. “글쓰기에 대한 책에는 대개 헛소리가 가득하다. 그래서 이 책은 오히려 짧다.” 그런데 스티븐 킹의 책도 사실상 그렇게 짧지 않다. 오히려 다른 글쓰기 책보다 긴 편이다. 할 이야기가 많았던 탓이다. 그런데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글쓰기 책에는 대개 헛소리가 가득하다’는 표현이다. 왜 글쓰기에 관한 책에는 헛소리가 많을까? 글쓰기 책에는 헛소리가 많다면서 스티븐 킹은 왜 굳이 글쓰기 책을 썼을까?

글쓰기 책에 헛소리가 많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글쓰기에 뭔가 확실한 비법이나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답이 없기에 여러 작가들은 이런저런 쓰기 비법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런 비법들을 보면 무슨 특별한 비책을 담은 것이라기보다 자신의 쓰기 습관에 기댄 지침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접속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란 비결은 사실 옳은 말이라기보다 틀린 말에 가깝다. 논증문 같은 경우 ‘그러므로’나 ’따라서’와 같은 접속 부사를 필요에 따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우리 문장에서는 접속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보인다. 문장이 이어질 때마다 접속사를 사용하게 되면 문장은 오히려 딱딱해지고 어색해진다.

‘두괄식으로 글을 써라’는 말도 우리글과는 맞지 않다. 논설문이나 논문이 아닌 칼럼이나 수필처럼 짧은 글이라면 대체로 끝머리에 가서 주제가 나온다. 이를 비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반면 ‘짧은 문장을 써라’는 말은 대체로 옳은 경우가 많지만 많은 작가들은 리듬을 타기 위해 짧고 긴 문장을 번갈아 잘 사용하기도 한다. ‘피동문을 사용하지 말라’나 ‘대명사(이것, 저것, 이는 등) 사용을 줄여라’와 같은 언급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가 있다.

모든 언어교육이 마찬가지겠지만 글쓰기에도 비법이나 비책은 없다. 그래서 스티븐 킹은 자신의 글쓰기 책에서 글쓰기를 마술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는 글을 쓰는 사람을 연장통을 다루는 목수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는 연장통의 맨 위층은 다양한 어휘와 문법이 놓여 있고, 다음으로 문장과 단락이 있다고 했다. 목수는 목공작업을 잘 하기 위해 이런 연장을 잘 다루어야 할 것이다. 글을 잘 쓰려면 어렵지만 그 연장(언어)을 내 손에 딱 맞도록 반복해서 익히는 수밖에 없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 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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