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30일부터 일반 판매가 시작된 옥중서간록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심을 가지고,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런 추한 일은 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석방되는 이날 출간된 옥중서간록은 지난 2017년 3월 구속 수감된 박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주고받은 편지를 유영하 변호사가 엮은 것으로 유튜브 채널인 가로세로연구소가 출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책에서 탄핵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추한 일은 한 적이 없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고 엉킨 실타래도 한 올 한 올 풀릴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한 것에 대해서 박 전 대통령은 "하고 싶었던 일이 많았지만, 시간의 한계와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다 할 수가 없어서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시간을 아껴 이를 해내려고 했다"며 "비록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내려놓았지만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날까지 무거운 직분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저는 단 한 순간도 이 나라를 저버린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탄핵에 대해서는 억울함과 울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묵묵히 견디고 참아내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 형식적으로는 합법적인 모습을 가지더라도 실질적으로 정당성이 없다면 이를 법치주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또 "거짓말로 세상을 속이고 선동한 자들은 그들이 누구라도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거짓말은 잠시 사람들을 속일 수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했다.
자신의 재판에 잇달아 불참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해진 결론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판단이 들어 그런 재판부가 진행하는 재판에 참석하는 것이 의미가 없고 구차하다고 생각해 변호인들에게 저의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진실은 훗날 역사의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4·15 총선에 대해서는 "생각이 있는 야당이라면 이번 총선이 얼마나 중요한 선거인지 잘 알 것이고,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욕심을 내려놓고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인데 아마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은 걱정이 든다.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 대해서는 "그날 상황은 너무도 충격적이라서 지금 다시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 무척 힘들다"며 "그날은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관저에서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가 침몰했던 당시의 상황과 관련해 저에 대한 해괴한 루머와 악의적인 모함들이 있었지만 저는 진실의 힘을 믿었기에 침묵하고 있었다"며 "감추려고 한 것도 없고, 감출 이유도 없다.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르면 어떤 것이 진실인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석방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는 답장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수감 생활이 1년쯤 됐을 때 "'평생 살아보지 못한 자유인'이라는 말씀은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여정을 그대로 표현해는 것 같았다"며 "저도 자유인으로 살아갈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몸무게가 30㎏까지 빠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한 지지자의 걱정에 대해서는 "이곳 구치소로는 외부음식의 반입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리고 제 몸무게가 30㎏로 빠졌다고 했는데 그 정도로 몸무게가 빠진 사실은 없다"며 "아마 누군가가 잘못 알고 과장한 소식을 들으신 것 같다"고 했다.
사면 직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맺음말에서 박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나은 삶을 드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주변 인물의 일탈로 혼신의 힘을 다했던 모든 일이 적폐로 낙인찍히고 공직자들이 고초를 겪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며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던 이들이 모든 짐을 제게 지우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누구를 탓하거나 비난하고 원망하는 마음도 버렸고, 모든 멍에는 제가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실망을 드렸음에도 따뜻한 사랑이 담겨있는 편지를 보내주시는 국민 여러분이 있어 지금까지 견뎌낼 수 있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국민 여러분을 다시 뵐 날이 올 것"이라며 "어려운 시기이지만 국민 여러분 모두 힘내시기를, 그리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