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5일 예정됐던 청년간담회에 참석하지 않고 휴대전화 ‘스피커폰’으로만 메시지를 띄웠다가 논란이 일자 밤늦게 사과했다. 그는 이날 선대위 해체를 공식 발표했는데, 해당 행사는 기존 선대위가 준비했던 청년간담회였고 약 300명의 20·30 유권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선대위 국민소통본부는 이날 오후 4시 온라인 전국 청년간담회를 열었다. 당초 윤 후보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공지했지만, 윤 후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행사 시작 20분이 지난 뒤 한 참석자가 ‘윤 후보는 언제 오느냐’고 물었고 권성동 의원은 윤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후보는 스피커폰으로 “제가 가야 하는데 긴급한 일이 있어서 가지 못했다. 청년들과 함께하려고 한다. 다 같이 뜁시다”라고 인사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권 의원은 “예, 감사합니다. 박수”라며 애써 호응을 유도했다.
참석자들은 술렁거렸고 욕설과 고성까지 튀어나왔다. 한 청년은 “아직 정신 못 차렸네”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심지어 “후보 교체”, “윤 후보는 사퇴하라”는 목소리까지 들렸다.
행사를 주도한 박성중 국민소통본부장의 해명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행사를 기획한 박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간담회와 관련해 “애로사항 없이 쭉 진행했다”면서 “청년 중에 이준석 계열과 민주당 계열이 막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는 우리가 전국의 청년 당원 225명을 사전에 초청해 세팅했다”라며 “민주당 쪽에 알려져 훼방을 놓으니 그 중 일부를 못 들어오게 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고 윤 후보는 이날 오후 10시쯤 페이스북 등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제 참석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국민소통본부에서 참석 예정이라 공지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을 것을 약속드린다. 청년들의 비판 달게 받겠다”면서 “오늘 선대위를 해체하며 2030의 마음을 세심히 읽지 못한 저를 반성하고 잘하겠다 다짐했다. 그런 와중에 이런 사태가 벌어져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윤 후보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을 것을 약속드린다. 청년들의 비판 달게 받겠다”면서 “박 의원에게는 대통령 후보로서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박 의원의 부적절한 사과문에 대해서도 제가 대신 사과드린다”면서 “실무자가 잘못 보냈다, 정체를 확인하기 힘든 100여명 가까운 불특정 다수가 들어왔다는 해명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의견을 듣는데 우리 편 청년과 다른 편 청년을 편 가르면 되겠나. 지금껏 저의 행보에 있어 그런 부분이 있었다면 그것도 철저하게 반성하겠다”라고 했다.
결국 박 의원은 선대본부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의원은 “경위야 어떻든 행사 진행의 불찰로 물의를 빚게 돼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라 생각돼 국민소통본부장 직을 내려놓고 백의종군 자세로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윤 후보는 다음날인 6일 오전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출근길 인사’를 진행했다. 그는 출근 중인 시민들을 직접 만나 “안녕하십니까 윤석열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등 인사를 건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날 제안한 ‘연습문제’ 중 하나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