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어제 하루 종일 이준석 대표의 사퇴 문제로 시끄러웠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선거대책본부를 새롭게 발족하며 재출발 의지를 다진 다음날 이 대표와의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이 대표가 권영세 사무총장과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안의 최고위원회 상정을 거부하는 소동이 벌어진 데 따른 것이다. 급기야 의원총회에서 원내지도부의 제안에 따라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안까지 작성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 대표와 윤 후보의 막판 의총 참석을 계기로 결의안이 철회되면서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됐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그간의 갈등을 털고 ‘원팀’이 되자며 서로 끌어 안았다.
이 대표 사퇴 요구가 불거진 건 이 대표가 자초한 일이다. 제1 야당 대표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대선 승리다. 당이 대선 후보와 당 대표를 중심으로 ‘원팀’이 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당내 분란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그러고도 반성하거나 책임을 느끼는 자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제 권영세 선대본부장을 만나 ‘연습문제’를 제안했으나 윤 후보 측이 거부했다고 밝힌 것이나, 페이스북에 “윤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 당 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다”고 쓴 것도 대표의 본분을 망각한 언행이다. 이런 몰지각한 야당 대표를 본 적이 없다.
3·9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바란다는 여론은 50%를 넘나들지만 윤 후보 지지율은 이를 한참 밑돈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잇단 말실수와 가족 문제에 대한 미흡한 대처,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잡음 등에 실망한 국민이 적지 않다. 윤 후보 책임이 가장 크지만, 당 분열을 촉발한 이 대표의 잘못도 이에 못지않다. 선대위 구성이 마뜩잖고 자신에 대한 대우가 부당하다고 해도 대선 승리라는 대의를 먼저 생각하는 게 대표의 온당한 자세다.
이 대표가 한국 정치 사상 유력 정당의 첫 ‘30대 대표’로 뽑힌 건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우리 정치에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낡은 정치가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도 컸다. 불과 반년 만에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자기 정치를 앞세우지 말고 당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대선 승리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 그게 정권교체를 바라는 당원과 국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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