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김치는 한국인에게만 중요한 발명품”이라며 비하성 보도를 하자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그런데 왜 중국은 그것을 빼앗으려 하냐”고 맞받아쳤다.
환구시보는 지난 9일 중국 내에서 한반도 전문가로 손꼽히는 뤼차오 랴오닝사회과학원 수석연구원 발언을 인용해 “중국인들의 눈에는 단순한 반찬인 김치가 한국인들의 눈에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라며 한국인을 조롱하는 듯한 보도를 했다.
이에 서 교수는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그런데 왜 ‘단순한 반찬’을 중국은 빼앗으려 하냐”면서 “한국인들은 최소한 다른 나라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을 훔치려 들지 않는다. 이 점이 바로 한국인과 중국인의 가장 큰 차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환구시보 기사는 며칠 전 한국의 많은 매체가 보도한 ‘한국 김치 수출이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한국산 김치 수요 증가와 중국산 김치의 ‘위생 문제’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언론이 지적한 ‘위생 문제’는 지난해 3월 논란이 됐던 한 중국 남성이 옷을 벗고 수조에 들어가 배추를 절이는 ‘알몸 김치’ 동영상을 의미한다. 환구시보는 “지금껏 한중 양국이 김치 문제로 대립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면서 사례로 서 교수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는 2020년 12월 서 교수가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에 ‘한국 김치는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부분을 지적한 뒤 항의와 함께 시정해 달라고 요구한 사건을 말한다.
서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당시 바이두 백과사전의 왜곡된 문장을 바르게 수정하기 위해 항의 메일과 김치 관련 자료집을 보냈고, 몇 시간 뒤 이 문장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몇 시간 뒤 바이두는 ‘김치가 삼국시대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또 다른 왜곡된 문장을 삽입했고, 지금까지 김치에 대한 정보를 누리꾼들이 수정하거나 추가할 수 없도록 ‘잠금장치’로 막아놨다”고 했다.
서 교수는 “(바이두 백과사전 사건은) 역사적, 문화적 근거를 가지고 논리적인 반박을 하니 제대로 된 대응은 못 하고 회피한 것으로, 그야말로 자신감이 결여된 조치였다”며 “이런 상황은 환구시보에서 절대 기사화하지 않는다. 바이두의 조치가 창피하긴 했나 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구시보는 앞으로 김치 관련 보도를 할 때 감정적인 기사를 쓰지 말고, 부디 김치의 역사적·문화적 팩트를 정확히 조사한 뒤 기사화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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