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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 지연 땐… 삼성전자 매출 25조↓ 포스코 비용 8조↑ [‘빈 수레’ 탈탄소 경영을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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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17 06:00:00 수정 : 2022-01-17 07: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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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 어떻게 성장 가로막나 (상)

빨간불 켜진 한국 기업들
삼성전자는 ‘RE100’ 가입 않고 보류
2025년부터 글로벌고객 압박 받을 듯
포스코 등 탄소배출권 구입비용 급증
LG화학, 시장 축소 영향 역성장 우려

대응 속도 내는 글로벌 기업들
MS·애플 수년 전부터 저감 정책 추진
2017~2021년 사이 배출 41%·24%↓
석유화학 세계 1위 바스프 27% 줄어
아르셀로미탈 이미 44%가 재생에너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습니다. 이 행성에서 살아가기 위한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원칙은 명확합니다. ‘탄소에 가격을 매기고 탈탄소에는 프리미엄을 주자’는 것입니다.”

 

지난해 7월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 패키지 전략인 ‘핏포55’(Fit for 55)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프란스 티메르만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기업의 매출과 비용 시합이 펼쳐지는 경기장에서 ‘불펜 선수’였던 탄소를 투입시키겠다는 얘기다. 이미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ETS)라는 비슷한 제도가 있지만, 적용 범위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머물렀다. 최근에 나오는 탄소 가격 논의는 국경을 넘어선다. 무역을 할 때 탄소 배출을 가격에 반영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우리 공장’뿐 아니라 원료·부품 공급사부터 유통, 폐기까지 즉 ‘너희 공장’ 배출량(스코프3)도 관리하겠다는 곳이 늘었다. 제조업과 무역이 근간을 이루는 한국으로선 국가 경쟁력이 달린 문제다.

 

사단법인 넥스트는 탄소중립을 위한 양적 방법론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다. 독일의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와 한국 탄소중립 로드맵에 대한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넥스트가 참여한 ‘탈석탄, 이제는 결정의 시간’ 보고서는 지난해 5월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 인용됐다. 이번 ‘한국 산업계가 직면한 기후 리스크의 손익 영향도 분석’ 보고서는 탄소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전 선수로 뛰게 되는 2020년대가 한국 대표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MS·애플 수십% 배출 감소…한국 기업은?

 

기후 리스크라는 말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선 환경 규제를 넘지 못하거나 기업 간 거래가 줄어 매출이 감소하는 경우가 있다. 비용에도 영향을 준다. 탄소배출권 구매량과 가격이 올라가거나 탄소국경세를 물게 되는 경우다. 삼성전자와 LG화학은 매출 감소 리스크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넥스트가 업종의 장기 성장률을 추정하기 위해 참고한 산업연구원 전망에 따르면 반도체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어 2030년까지 연평균 2∼6%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 그런데 문제는 삼성전자의 탈탄소 정책이 공란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다. 글로벌 IT 기업인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TSMC 등은 모두 재생에너지로만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RE100에 가입했다. 이들 기업은 수년 전부터 탄소중립 등 온실가스 저감 대책도 추진해 오고 있다.

 

글로벌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인 CDP 자료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2017∼2021년(보고연도 기준) 사이 모든 밸류체인을 통틀어 온실가스 배출을 41% 줄였다. 애플도 같은 기간 24% 감축했다. 삼성전자의 배출은 30% 늘었다. 넥스트는 “삼성전자가 RE100을 보류함으로써 2025년부터 글로벌 고객사로부터의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매출 가운데 반도체, 그중에서도 RE100을 공표한 고객사의 비중만큼을 차감해 삼성전자의 2030년 매출이 139조원에 머물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LG화학도 역성장이 우려되는 기업이다. LG화학 온실가스 배출의 94%는 석유화학 부문에서 나온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재활용 플라스틱이나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을 늘리고는 있으나 아직 생산규모 목표가 미미한 수준이라 전체 배출량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석유계 합성수지의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는 2030년 전체 합성수지 가운데 석유계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64%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합성수지 수요 자체가 늘면서 절대량은 늘어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재생 합성수지 비율이 빠르게 늘어 석유계 합성수지 시장이 연평균 4%씩 감소할 전망이다.

사진=뉴스1

보고서는 국내외 석유계 합성수지 시장 축소로 2030년 LG화학의 매출이 3조6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세계 1위 석유화학 기업인 바스프는 유럽 사업장의 에너지 수요를 위해 21TWh(테라와트시) 규모의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을 맺었다”며 “LG화학의 기후 리스크를 낮추려면 재생 플라스틱 투자에 공세적으로 나서고 석유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 4년간 바스프의 온실가스 배출은 27% 줄고 LG화학은 4% 늘었다.

 

◆배출량 못 줄이면 배출권 비용만 ‘조 단위’

 

포스코는 매출 측면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제품은 인프라 투자에 빠질 수 없는 만큼 제품 사용에 대한 직접 규제는 없다. EU 탄소국경 조정으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거나 스코프3(공급망)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탄소집약도가 높은 철강사에 발주하지 않는 자동차 제조사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은 잠재적인 리스크로 꼽힌다. 다만 이런 잠재 리스크는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 문제는 비용이다.

 

철강은 철광석에 코크스를 투입해 쇳물을 만드는 ‘고로-전로 공정’과 철 스크랩(일명 고철)을 전기로에 녹이는 ‘전기로 공정’ 두 가지로 크게 나뉜다. 고로-전로 공정의 탄소 배출이 훨씬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 철강업의 고로-전로 공정 비율은 70%로, 미국(30%), EU(60%)보다 높다.

포스코는 이 공정을 대체하기 위해 고로기반 혁신기술(Hyper BF-BOF)과 수소환원제철 공정을 개발 중이다. 코크스 대신 수소를 쓰는 수소환원제철을 2045년에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두고 그 중간단계로 Hyper BF-BOF를 도입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고로의 평균 사용연한을 감안해 2030년 Hyper BF-BOF가 생산용량의 46%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온실가스 배출량은 7800만t으로 지금과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Hyper BF-BOF는 기존 공정 대비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배출권거래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야 한다. 지금까지 포스코는 배출량을 공짜로 할당받는 ‘무상할당 대상업체’였다. 그러나 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배출권거래제가 강화돼 4기 거래제가 시행되는 2026년부터 유상할당 업체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배출권 예상 구매 비용이 2025년 1조1620억원에서 2026년 3조2730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하고 2030년엔 7조3140억원으로 늘 전망이다.

 

세계 1위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은 지난해 9월 직접환원철(DRI)을 활용한 전기로 설비에 11억유로(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미 에너지의 44%를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하고 있다.

 

에쓰오일과 현대자동차는 휘발유를 공통분모로 한다. 그러나 기후리스크 영향도는 사뭇 다르다. 에쓰오일은 친환경차가 보급되는 만큼 정유부문 매출이 타격을 입게 된다. 또 배출권 구매 부담도 조 단위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에 비해 탈내연기관 선언을 한 현대자동차는 매출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차량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권 구매 비용은 151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단, 현대차는 전기 사용으로 인한 배출량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린다면 기후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 ‘빈 수레’ 탈탄소 경영을 막아라 ─ 어떻게 조사했나

 

‘한국 산업계가 직면한 기후 리스크의 손익 영향도 분석’ 보고서는 다양한 기후 리스크 중 1차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과 법률, 시장 리스크만 담았다.

 

영향을 정량화하기 위해 몇 가지 상황을 가정했다. 먼저 국내외 주요 정부의 탄소 중립 관련 정책목표가 달성되고, 시장도 그에 맞게 재편된다고 봤다. 기업은 5개 대표사가 지난해 11월까지 수립한 탈탄소 전략을 2030년까지 변경없이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투자계획이 없는 경우에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매출은 각 기업의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되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된 만큼 분석에 넣지 않았다. 매출 전망은 산업연구원의 업종별 장기 성장률 전망을 토대로 했다.

 

비용은 2019년 영업이익률을 매출에 적용해 추정했고, 배출권 가격 전망은 녹색금융네트워크(NGFS)의 한국 탄소가격 오픈데이터를 썼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온실가스 명세서의 배출량 통계를 기준으로 지역과 시설 단위 사업계획과 업종별 성장 전망에 기반해 추정했다. 할인율은 3%로 설정했다.

 

사단법인 넥스트는 양적 방법론과 데이터 분석툴에 기반한 연구를 통해 2050년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최적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해 2020년 설립됐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표창을 수상했다. 대표 김승완 충남대 교수(전기공학)는 전력시장 전문가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이자 국무총리실 산하 수소경제위원회 등에 참여했다. 보고서를 쓴 고은 이사는 국내 기업과 세계은행 본부 등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비즈니스 전략과 정책 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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