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열독률 조사가 물의를 빚고 있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지방신문협회,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4개 단체는 그제 공동성명에서 “열독률 조사가 타당성과 신뢰성을 상실했다”며 결함많은 조사를 정부광고 집행의 지표로 삼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한국ABC협회에서 인증하는 부수 대신 열독률을 올해부터 정부광고 집행기준으로 도입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해 말 성인 5만178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문사별 열독률과 구독률 조사 결과를 공개했으나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열독률 조사가 표본 선정 등 오류투성이라는 지적이 많다. 신문은 가정(43%)보다 사무실, 상점, 학교 등 영업장(58%) 비율이 높은데 이 조사에서는 영업장이 빠졌다. 이러니 유료구독이 10만부 이상 차이 나도 열독률 순위가 뒤집힌다. 언론재단 측은 가구 방문만을 통해 조사했으면서도 “이용 장소와 상관없이 일주일간 종이신문을 읽은 경우를 조사했으므로 영업장에서 읽은 경우도 포함됐다”고 했다. 억지요 궤변이다. 표본 추출 때 인구를 감안해야 하는데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표본비율은 0.06%로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조사에 반영된 매체도 전국 신문 1676개 중 18%인 302개에 불과하다.
조사가 부실하다 보니 언론 실상과는 동떨어진 황당한 사례가 속출한다. 경기지역의 한 신문은 발행 부수가 4800여부인데 열독률이 89위를 기록했다. 반면 부수가 수만부에 이르는 일부 지방지와 경제지는 0으로 나왔다니 어이가 없다. 인터넷신문이 종이신문 열독률에 집계되고 폐간된 신문의 열독률 수치까지 등장한다. 재단 측은 주거행태와 지역·성별·나이에 가중치를 뒀다지만 산정방식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정부 입맛에 맞는 매체에 광고를 몰아주고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린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조사로 연간 2500억원 규모의 정부광고를 집행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4개 언론단체는 “언론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할 사안을 정부가 개입해 부작용과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누가 왜 7억4000만원의 세금을 들여 엉터리 조사를 추진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경위와 진상을 밝히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광고 집행기준 수립을 선진국처럼 민간기관에 맡기는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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