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측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측이 정권교체의 주인공 자리를 놓고 공식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14일 본격적인 야권 후보 단일화 승부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지지층의 '역(逆)선택' 우려 등을 이유로 안 후보의 '100% 국민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안 후보의 '통큰 양보'를 요구했고, 국민의당은 추가적인 제안은 없다며 여론조사를 통한 '통큰 승부'에 응할 것을 주장했다.
뉴스1에 따르면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정권교체, 압도적 승리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수용해 용기 있는 결단을 해주신 안 후보께 우선 감사를 표한다"며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환영했다.
다만 권 본부장은 '국민경선 방식'에는 우려를 표하며 "통큰 단일화가 필요하다"며 "정권 교체를 위한 가장 확실하고 바른 길이 무엇인지 헤아려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사실상 안 후보에게 '양보'를 요구했다.
권 본부장은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벌어질 소모적 논쟁이야말로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라며 "(여권이 단일화) 과정에서 어떤 훼방을 놓고 무도한 공작과 농간을 벌일지 상상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안 후보가 제시한 단일화 방법에 대해 "일단 여론조사로 하는 부분이 우리는 그렇게 편하지 않다"며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국민의당 측에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단일화 방식과 같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엔 "(지지율을) 포함해 선거의 종류도 다르고 현재 양 후보의 상황도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역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 제안에 대해 "순위 조작에 의해 금메달을 빼앗아 가는 동계올림픽 모습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 "본선 경쟁력이나, 본선에서 얻을 득표 가능성이 훨씬 왜곡되고 국민들이 바라는 후보 선출 방식과 거리가 먼 방식"이라며 "안 후보의 방식은 국민이 누가 대통령으로 적합하느냐와는 다른 후보를 선정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민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선동이나 갈등조장 행위가 벌어질 수 있는 여지가 상당하다"며 "현재로선 어제 나왔던 내용으로 단일화 국면을 끌고 가는 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 협상에서 상대방에서 양보를 요구하는 일이 정말 가능한지 의심"이라며 국민의힘의 '담판' 주장을 일축, "(국민의힘에서) 통 큰 양보를 말하는데 통 큰 양보보다 통 큰 승부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여론조사' 단일화를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또 "당사자들끼리 만나서 (단일화를 논의) 하는 경우에는 권력 중심의 단일화가 될 수 있다"며 윤 후보가 제안한 '후보 간 담판'에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은 "역선택에 피해를 볼 사람은 안 후보지 윤 후보가 아니다"고 국민의힘 측의 역선택 우려를 반박했다.
이 본부장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야권 단일후보 경쟁력은 여론조사를 보면 전체적 추세는 안 후보가 훨씬 우세하다. 안 후보가 확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역선택이 일어난다면 윤 후보가 그 혜택을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안 후보가 제안한 방식은 우리가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고 국민의힘이 쓰는 방식"이라며 "역선택 방지 조항이 없는 게 국민의힘 방식이다. 자기들 방식대로 하자는데 거기에 대해 다른 조건을 단다는 게 상식에 맞느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안 후보에게 '용기 있는 결단', 즉 자진사퇴를 거론하는 것엔 "결단은 기본적으로 덩치가 큰 데서, 가진 것 좀 많은 데서 하는 것"이라며 "왜 매일 안 후보에게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내일모레쯤이면 (국민의힘이) 단일화에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 그런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결국 판단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 기다리고 있다"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양측의 신경전이 격화하면서 두 후보의 회동 가능성에도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특히 '후보 간 담판'을 강조한 윤 후보의 스타일로 볼 때, 회동을 통해 전격적으로 단일화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은 두 사람의 회동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권 본부장은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직접 만날 가능성에 대해 "지금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고, 실무진 논의 계획이나 협상팀 구성 계획도 "없다"라고 답했다.
최 위원장 역시 두 후보 간 만남에 대해 "알 수 없다"며, 향후 양측의 추가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제가 말할 입장은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