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가 21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세대별 투표율'이 주목받고 있다. 세대별 지지 후보가 비교적 뚜렷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각 세대의 투표율이 얼마나 높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50대 이상의 유권자가 절반에 다다랐고, 이 가운데 역대 선거에서 50대의 투표율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2030 젊은 유권자들보다 이들이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투표층)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뉴스1과 국회입법조사처의 '유권자 및 투표자의 연령대별 구성비 변화 추이'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50대 이상은 전체 유권자의 47.5%였지만, 전체 투표율에서는 52.3%로 과반을 차지했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이들 세대가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2000년 제16대 총선 유권자 비율을 살펴보면 50대는 전체 유권자의 12.7%, 60세 이상은 15.8%였으나,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는 50대 19.5%, 60세 이상 28.0%로 집계됐다.
반면 20대·30대·40대는 그 비중이 점차 줄었다. 제16대 총선과 제21대 총선을 비교하면 Δ20대, 25.6%→17.8% Δ30대, 26.3%→15.9% Δ40대, 19.7%→18.8%다.
제21대 총선 전체 유권자의 세대별 비율과 최근 실시된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의 후보별 지지율을 비교하면, 각 당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세대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면서 비우호적인 세대의 지지율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쏟을 것이란 관측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업체 4개사가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지난 7~9일 실시한 2월 2주 차 전국지표조사(NBS)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35%로 동률을 이뤘다.
그러나 세대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Δ20대 이재명 18% 윤석열 32% Δ30대 이재명 34% 윤석열 25% Δ40대 이재명 45% 윤석열 22% Δ50대 이재명 44% 윤석열 36% Δ60대 이재명 38% 윤석열 49% Δ70세 이상 이재명 23% 윤석열 52%다.
칸타코리아가 TV조선·조선일보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33.2%, 윤 후보가 38.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세대별 지지율에서는 Δ20대 이재명 16.1% 윤석열 23.6% Δ30대 이재명 27.6% 윤석열 43.7% Δ40대 이재명 56.0% 윤석열 22.5% Δ50대 이재명 45.4% 윤석열 35.8% Δ60세 이상 이재명 23.8% 윤석열 57.0%다.
유권자 및 투표자의 연령대별 구성비 변화 추이. (국회입법조사처 제공) © 뉴스1
여론조사공정(주)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38.2%, 윤 후보가 46.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세대별 지지율에서는 Δ20대 이재명 27.0% 윤석열 38.7% Δ30대 이재명 36.4% 윤석열 46.5% Δ40대 이재명 59.6% 윤석열 29.6% Δ50대 이재명 35.0% 윤석열 54.3% Δ60세 이상 이재명 34.3% 윤석열 56.7%다.
세 여론조사의 세대별 지지율을 종합하면 이 후보는 윤 후보 대비 40대에서 확실한 우위를, 50대에서 비교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윤 후보는 이 후보 대비 20대와 60세 이상에서 확실한 우위를, 30대에서 비교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30대와 50대는 조사 업체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결국 비교적 뚜렷한 후보 선호 경향이 나타나지 않는 이들 세대가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전체 유권자에서 50대가 차지하는 비율과 실제 투표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50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대선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 50대의 투표율은 78.6%로, 60대(84.1%)와 70대(81.8%) 다음으로 높았다. 그러나 투표자 대비 구성비(전체 투표자 수 3280만7908명)는 20.4%로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제21대 총선에서도 50대의 투표자 대비 구성비(전체 투표자 수 2912만6396명)가 20.9%로 1위로 집계됐다.
입법조사처는 "2002년 대선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이른바 '386세대'(1960년대생, 1980년대 학번, 당시 30대)가 현재 '586세대'(50대)가 됐다"며 "이들 50대의 투표선택이 이번 대선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각 당은 이같은 배경으로 투표 독려 전략을 짜는 데 고심하는 모습이다. 각 당의 입장을 취합한 결과 아직은 명확한 전략이 나오지 않았으나,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투표 독려 목소리는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령대가 높은 층이 민주당에 가진 선입견, 이를테면 북한에 굴복한다는 것이나 포퓰리스트라는 이미지를 깨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며 "또 실용 정부에 대한 비전을 명확히 드러내 투표율이 높은 고령층의 지지를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가 강조하는 '세대포위론'이 50대 이상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는 것 같다"며 "정권교체 여론이 우세한 점을 바탕으로 현 정부의 실정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확실하게 바꿀 수 있다는 윤 후보의 합리적이고 추진력 있는 이미지를 어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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