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실효성 반감… 폐지 검토해야”
시행 100일을 넘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규정을 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피의자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라는 것도 논란거리다. 피해자가 신고했다가 피의자의 보복이 무서워 이를 취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최근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창문을 연 혐의(스토킹처벌법 위반, 주거침입)로 20대 남성을 입건했다. 그는 두 달 전에도 해당 여성을 찾아가 협박하고 폭행해 입건됐으나, 당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사건이 종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스토킹에 시달려 신고했다가도 피의자의 회유와 협박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가 다시 반복적으로 신고하는 사람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자칫 보복이나 합의 강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폭력처벌법도 반의사불벌죄였다가 해당 조항을 폐지한 것처럼 스토킹처벌법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소영 건국대 경찰학과 조교수는 최근 한국경찰학회보에 발표한 ‘스토킹처벌법상 구성 요건의 적용 및 한계’ 논문을 통해 “형사 처벌이 되지 않을 경우 재범 방지 효과를 반감할 우려가 있다”며 “반의사불벌죄 조항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개최한 ‘스토킹 피해자 보호와 지원 강화를 위한 입법과제’ 포럼에서도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보람 법률사무소 비움 변호사는 “설령 상대방이 일부 행위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과도해 불안감, 공포심을 야기하는 수준이 됐다면 동의 범위를 이탈하는 행위”라며 “‘의사에 반(反)할 것’이란 요건은 스토킹 행위 성립 여부 초점을 행위자가 아닌 상대방(피해자)에게 전환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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