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짓밟혀, 이제 제 길 가겠다”
제안 일주일 만에 전격 결렬 선언
국민의힘 “충정 이해… 함께 노력”
대선 4자구도 전망… 판세 영향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0일 “더 이상의 무의미한 과정과 시간을 정리하겠다. 이제부터 저의 길을 가겠다”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지난 13일 후보 등록 직후 윤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한 지 꼭 일주일 만에 전격 철회한 것이다. 이번 대선은 윤, 안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4자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막판 최대 변수로 꼽혔던 야권 단일화가 일단 결렬됨에 따라 윤 후보가 ‘박빙 우세’ 양상을 보이고 있는 대선 판세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더 기다리는 것은 저 자신은 물론 저를 아껴주는 당원 동지들과 전국의 지지자들 모두에게 모욕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고심 끝에 ‘또 철수하려 하느냐’는 비판과 조롱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일주일 전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 제안에 승부수를 던졌던 것”이라며 “윤 후보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오히려 ‘윤 후보의 뜻’이라며 제1야당의 이런저런 사람이 끼어들어 제 단일화 제안의 진정성을 폄하하고 왜곡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안 후보는 “비록 험하고 어렵더라도 저는 제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며 “아무리 큰 실리가 보장되고 따뜻한 길일지라도 옳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고 완주 의사를 거듭 내비쳤다. 안 후보는 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새로운 제안을 해도 받지 않을 것인가’란 물음에 “이제 (대선까지) 2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 또 다시 처음부터 실무자 간 협상을 해서 ‘큰 그림’을 정하고, 그 다음에 또 후보가 만나는 게 물리적으로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비슷한 질문에 대해 “또 어떤 새로운 제안을 하겠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 결렬을 공식 선언하면서 대선 레이스는 일단 4자 구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안 후보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께 실망을 드려서는 안 될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추후 대선 판세에 따라 언제든지 야권 단일화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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