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청와대에서 배석자 없이 오찬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어떤 대화가 오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스1에 따르면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과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5일 각각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16일 낮 12시 청와대에서 배석자 없이 오찬을 함께한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대선이 치러진 지 일주일만, 윤 당선인이 당선된 지 엿새 만이다. 두 사람의 만남을 기준으로 하면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인 지난 2020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양측은 "배석자 없이 두 분이 독대하는 형식으로 허심탄회하게 격의 없이 이야기할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 관심사는 윤 당선인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건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 왔다"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국민 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이번 회동에서 사면 건의를 공식화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30일 대구 방문 당시 이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연세도 많으시고, 한때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에 당선돼 중책을 수행해 오신 분"이라며 "국민 통합을 생각할 때 미래를 향한 정치로서 빨리 석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역시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당선인께서 그런(사면)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다"고 확인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건의를 하는 것이고 수용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하시는 것"이라며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할 경우 임기 말 '마음의 부담'을 털고 간다는 측면에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14일)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통합'을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로는 김영삼(YS) 정부 때가 있다. 당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DJ) 대통령 당선인이 15대 대선 이틀 뒤인 1997년 12월20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가진 가운데 합의하면서 이뤄졌다. 김 대통령이 이들에 대한 사면·복권의 뜻을 밝혔고 김 당선인이 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만약 사면이 결정된다면 문 대통령 임기 종료 전날인 부처님오신날(5월8일)에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두 사람의 회동에서 사면 논의가 이뤄지면 이 전 대통령 외에 현재 가석방 상태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다른 인사들의 사면까지 함께 논의가 될지도 주목된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관련한 논의도 주요 대화 주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장 비서실장은 이날 "코로나 관련 추경에 대해 (당선인이) 말씀을 하셔야 되지 않겠나"라며 "(문 대통령에게) 보상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1000만원 지급 등 코로나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문 대통령 임기 중 2차 추경 편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아울러 이번 회동에선 임기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부 주요직 인사와 관련한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인측은 임기말 인사를 가급적 미루되 불가피할 경우 당선인의 의사가 인사에 반영되기를 바라고 있다.
김 대변인은 "저희가 정부 측에 꼭 필요한 인사를 할 경우 저희와 함께 협의를 진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선에서 인사를 할 것을) 요청한 상태"라며 "정부에서 필수불가결한 인사가 진행돼야 할 사항이 있을 것인데 저희 입장이 현 정부와 같이 잘 병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 임기 종료 때까지 인사권이 현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들어 임기말 인사에 대해 다소 불편한 기색을 비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분명한 것은 5월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이고 임기 내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 집무실·관저를 청와대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 등에 관해서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에 대화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 해체'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청사, 용산의 국방부 청사 등을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로 올려 놓고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광화문 집무실'을 약속했으나 오랜 검토 끝에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실현되지 않았다.
두 사람간 대화는 배석자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후 브리핑은 예정돼 있지 않다. 다만, 문 대통령이나 윤 당선인이 관계자에게 대화 내용을 구술할 경우 이를 바탕으로 한 추후 설명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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