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난 부동산 대금 다 지불한 매입자… 매도인인 文이 집 고치나?”

文 대통령 한은 총재 지명에 불만 드러낸 尹 당선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천막 기자실 ‘프레스다방’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은행 총재 후보 지명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4일 부동산 거래를 예로 들어 “나 당선인은 부동산 대금 다 지불한 매입자고, 문 대통령은 매도인”이라며 “매도인이 집을 고치는 게 맞냐”고 때렸다.

그는 이날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 ‘프레스다방’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문 대통령이 차기 한은 총재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한 데 대해 “차기 정부와 다년간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 총재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게 맞지 않다”며 이 국장 지명 자체를 반대하는지에 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인사가 급한 것도 아닌데 원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저도 앞으로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못 박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국회사진기자단

특히 윤 당선인은 이번 인사를 ‘부동산 매매 계약’에 빗댔다.

그는 “당선인이라고 한다면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대금은 다 지불한 상태”라며 “등기명의 이전하고 명도만 남아있는데 아무리 법률적으로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있더라도 들어와 살 사람의 입장을 존중해 본인이 사는 데 관리에 필요한 조치는 하지만 집을 고치거나 이런 거 잘 안 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기자들이 ‘인사 문제가 조율되지 않을 경우 문 대통령과 회동은 어렵겠나’라고 묻자, 윤 당선인은 “회동 문제는 차원이 다른 문제 아니겠나”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청와대는 전날 이 국장의 후보 지명 사실을 발표하며 “한은 총재 직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면서 윤 당선인 측과 사전 협의를 거쳤다고 했다.

그러나 2시간 후 윤 당선인 측은 “한은 총재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4일 오전 참모회의에서 “답답해서 한번 더 말씀드린다”라며 “나는 곧 물러날 대통령이고 윤 당선인은 곧 새 대통령이 되실 분이다.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을 나누고 혹시 참고될 만한 말을 나누는 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고 윤 당선인에 물었다.

문 대통령은 “무슨 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 했다”면서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마시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직접 회동 제안을 했다.

그러자 윤 당선인 측은 오후 입장문을 내고 “당선인의 판단에 마치 문제가 있고 참모들이 당선인의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하신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정부 인수인계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구나 코로나19와 경제위기 대응이 긴요한 때에 두 분의 만남을 ‘덕담 나누는 자리’ 정도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현화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