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들서 흔히 발생…‘갑상샘 호르몬’ 과다 분비
자가면역질환인 ‘그레이브스병’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부정맥·심부전 등 합병증 유발…조기에 진단·치료해야
봄이면 몰려오는 피곤함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춘곤증’. 이는 우리 몸이 계절 변화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피로감이나 집중력 저하 등을 말한다.
하지만 피로감이 평소보다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춘곤증이 아닌 ‘갑상샘 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갑상샘은 목 부위의 물렁뼈 아래쪽에 있는 나비 모양의 호르몬 기관이다. 갑상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체온을 유지하고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한다.
하지만 갑상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필요 이상 분비되면 신진대사가 지나치게 왕성해지고 에너지 소모가 증가하는 ‘갑상샘 항진증’(갑상선 기능 항진증)에 걸릴 수 있다.
갑상샘 항진증은 중년 여성들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갑상샘 항진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25만284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 환자는 17만8728명으로 전체 환자의 70%를 차지했다.
특히 50대 여성 환자가 4만1891명으로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은 환자 수를 기록했다. 50대 뿐 아니라 40대 여성(3만7303명)과 30대 여성(3만4362명)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갑상샘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필요 이상으로 빨라져 충분히 음식을 섭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줄고 평소보다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무기력감, 집중력 감소, 졸음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 춘곤증과 혼동하기 쉽다.
춘곤증이 수개월 동안 지속된다거나 눈이 앞으로 튀어나오고 목 부위가 부어오르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빠른 시일 내 의료기관을 찾아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갑상샘 항진증의 원인은 사람마다 다양할 수 있지만, 그레이브스병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레이브스병은 자가면역질환으로 면역체계가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가 아닌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갑상샘 항진증 환자의 경우 면역 체계가 자신의 갑상샘을 공격하면서 갑상샘 호르몬이 과다 분비된다.
이 외에도 갑상샘 호르몬제를 과다 복용했거나, 갑상샘 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겨 발생할 수 있다.
신진대사가 빨라지는 갑상샘 항진증은 부정맥, 심부전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갑상샘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다만 혈액 검사 결과 약물치료가 기대 이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갑상샘 조직을 파괴하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나 갑상샘 절제 수술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정홍규 세란병원 외과 과장은 “갑상샘 항진증은 비교적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증상이 의심된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며 “봄철 춘곤증이라고 생각했던 피로감이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이전과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서둘러 원인을 파악하고 관리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갑상샘 항진증은 합병증 위험 뿐 아니라 외형적인 변화도 눈에 띄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임의로 자가치료를 하는 것은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 후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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