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학번 “잘 몰랐던 대학생활
함께 수업 듣고 과제도 하니 좋아”
축제·공연 등 속속 기지개 켜지만
교내선 아직 진단검사 대기 행렬
감염 우려에 동아리 활동 등 주저
“검사받으러 오신 분들은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지난 24일 오전 10시 서울대 캠퍼스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 분자진단검사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학생들이 자신의 차례를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대 내에는 3개의 분자진단검사소가 있어 학생이나 교직원들이 예약을 통해 정해진 시간에 검사를 받을 수 있다. 2학년 김모(21)씨는 “수업을 듣다가 몸이 이상해서 검사를 받으러 왔다”며 “개강 때까지만 해도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렜는데 오미크론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아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대학들이 이번 봄학기부터 대면 수업 방침을 정하고 일부 대학들은 축제, 행사도 재개하는 등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대학생활에 지쳤던 대학생들에겐 ‘캠퍼스 낭만’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오미크론 확산세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수업 도중 검사를 받으러 가는 학생들도 많아 불안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이날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도 대면 수업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일명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는 20학번 김모씨는 “그동안 학교를 많이 안 오다 보니 대학 생활이란 게 사실 뭔지 잘 몰랐다”면서 “대면 수업을 빡빡하게 들으니까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함께 수업도 듣고 과제도 하니까 훨씬 좋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이모(27)씨는 “대학원 수업도 60% 이상은 대면으로 전환해서 하고 있다”며 “확진자가 확실히 많아지긴 했지만, 이미 한번 걸렸던 사람들은 항체도 생겼고 대체로 증상이 심하진 않다고 하니 확산세가 더 커진다고 해서 다시 비대면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측도 비대면으로 다시 전환할 방침은 크게 없는 모양새다.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아직은 대면 수업 방침을 철회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대신 한 강의에서 20% 이상이 확진되면 교수와 학생이 자체적으로 협의해서 비대면으로 전환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대면 수업 기조를 유지하되 교육부나 방역 당국의 지침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면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축제, 공연 등 대학 주요 행사들도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지난 23일 성균관대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2년 동안 열리지 못했던 ‘금잔디 문화제’가 열리기도 했다. 성균관대 응원단도 3년 만에 단복을 갖춰 입고 무대에 등장해 응원 공연을 펼쳤고 학생들도 잔디밭에 띄엄띄엄 돗자리를 깔고 앉아 손뼉을 치거나 환호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동아리, 학생 자치기구 공간들은 대부분 개방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서울대 공과대에 다니는 김명준(26)씨는 “수업까지는 괜찮지만 축제나 주점 같은 것들을 한다 해도 참여하기 부담스러울 것 같다”며 “2년 넘게 안 하다 보니 아무래도 좀 어색하지 않나”고 말했다. 22학번 신입생 A(19)씨는 “대면수업은 이제 적응이 되고 있는데 아직 동아리 활동 등은 조심스러워서 꺼리는 분위기”라면서 “동기들 중에도 동아리를 하는 친구들도 거의 없어서 물어볼 사람도 없다”고 했다.
주요 대학 총학생회도 이번 학기부터 대면 행사를 늘려갈 계획이다. 서울대 2022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관계자는 “오랜 기간 비대면 수업을 받아왔고 방역수칙도 크게 바뀐 것은 없어 학생들도 아직 학교생활을 낯설어하는 것 같다”며 “그래도 이번 학기부터 코로나19 이전처럼 축제, 체육대회 같은 것들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진 비대면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경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축제를 진행하겠지만 대면과 비대면을 섞어서 다소 보수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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