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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초기 자국 떠난 러시아인들, 금융 거래 막혀 속속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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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17 17:26:50 수정 : 2022-04-17 17: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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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중심 거리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상인 두 명이 꽃을 팔고 있다. 모스크바=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자국을 떠났던 러시아인들이 최근 들어 속속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러시아 루블화 인출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마지못해 귀국하는 모습이다.

 

전직 언론인이자 영상 제작 일을 하는 올라 글래디셰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터키 이스탄불로 떠났다. 그는 “국경이 언제 닫힐지 모르는 상태에서 친구들이 모두 떠나 혼자 남겨지기 싫었다”며 “러시아가 북한처럼 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 주거래 계좌 은행이 해외에서 차단돼 어쩔 수 없이 지난주에 귀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스크바에 있는 어머니에게 돈을 송금할 수 없었다”며 “귀국의 가장 큰 이유는 돈 문제였다”고 털어놨다.

 

가디언은 전쟁이 3개월째에 접어들면서 러시아를 떠났던 사람들이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쳐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은행 거래 제재가 강화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전쟁 이후 국외로 떠난 러시아인의 규모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수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시민들. 신화연합뉴스

정보기술(IT) 분야 스타트업 힌트에드(HintEd)의 창업자인 아르템 타가노프는 지난달 초 아르메니아로 이주했다. 그는 “투자자들을 포함해 회사의 여러 관계자가 징집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내가 즉시 출국하길 바랐다”며 “아르메니아로 와서 새 회사를 설립할 계획까지 세웠다”고 했다. 그러나 타가노프는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5주를 보낸 뒤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창업을 위한 자금도 부족했고, 모스크바에 두고 온 아내도 쉽게 아르메니아로 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최대 IT 기업 중 한 곳의 고위 임원은 이스탄불, 예레반 등으로 떠났던 젊은 직원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젊은이들은 공황상태에 빠져 국외로 나갔지만, 국외에서 삶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며 “물론 그들은 여전히 러시아 정부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돌아온 러시아인 중에는 다시 떠날 궁리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인들의 이민을 돕는 단체를 운영하는 이라 로바노프스카야는 “귀국한 사람 중 일부는 다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일단은 러시아로 돌아와 모든 짐을 챙기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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