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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 대신 ‘에스프레소’에 빠진 MZ 세대

입력 : 2022-05-07 13:00:00 수정 : 2022-05-07 15: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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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해방촌의 작은 골목길에 있는 3평 남짓의 에스프레소 바. 지난 5일, 낮 최고기온이 25도를 넘는 더운 날씨였지만, 이곳을 찾은 손님들의 손에는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닌 에스프레소가 담긴 작은 잔이 들려 있었다. 이 매장에는 의자가 없기에, 이들은 모두 바 앞에 서 있거나 매장 앞 계단에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테이블에 없기에 이곳에는 노트북을 펴는 사람도, 책은 읽는 사람도 없었다. 고객들은 숟가락으로 ‘크레마’(커피의 거품층)를 휙휙 저으며 함께 온 일행과 짧은 담소를 나눴고, 일부는 한입에 털어먹고는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최근 ‘MZ 세대’를 중심으로 서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에스프레소 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는 다 마신 에스프레소 컵을 쌓아둔 사진을 올리곤 ‘#컵 쌓기’ 등의 해시태그를 다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카페 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에서 문을 연 에스프레소 바만 70곳이 넘는다.

 

◆‘국민 커피’ 아메리카노 다음은 진한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는 곱게 갈아 압축한 커피 원두 가루에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통과시켜 뽑아낸 원액으로 이탈리아에서 즐겨 마시는 커피다. 드립 커피나 프렌치 프레스 방식과 달리, 진하게 커피를 추출하는 만큼 강렬한 맛이 특징이다.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해방촌의 한 에스프레소 바에 고객들이 먹고 간 커피잔이 블록처럼 쌓여 있다.

이런 에스프레소에 휘핑 크림을 얹은 걸 ‘에스프레소 콘파냐’, 우유거품을 얹으면 ‘카페 마키아토’라고 부르고, 우유를 타면 ‘카페 라테’가 된다. 한국에서 즐겨 마시는 커피인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 추출액에 물을 타서 연하게 만든 커피다. 에스프레소만큼 진하지 않고 오랜 시간 천천히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카페에 앉아 대화를 즐기는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여름철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소위 ‘아아’로 불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불티나게 팔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미국이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커피는 따뜻하게 마셔야 한다고 믿는 유럽에선 보기 힘들다.

 

에스프레소의 인기 원인으로는 남들과 다름을 추구하고 유행에 민감한 MZ 세대 특성, 빠르게 마실 수 있다는 장점, 강렬한 맛 등이 꼽힌다.

 

일주일에 한 번은 에스프레소 바를 찾는다는 이모(30)씨는 “연한 커피보다는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 털어 마시는 게 커피나 원두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데다가 각성 효과도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20대가 코로나19로 외국 여행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도 인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SNS에는 명동성당 앞에 있는 한 에스프레소 바에서 창문 너머로 명동성당을 바라보고 있으면 흡사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을 보는 것과 같다는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시태그(#) ‘에스프레소컵쌓기’를 검색하면 다 마신 컵을 쌓아둔 사진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건비 적고 회전율 빨라… 대형 프렌차이즈도 관심

 

에스프레소 바는 일반 카페와 달리 공간이 적게 필요하고, 회전율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에스프레소 바가 주목을 받으면서, 유명 커피 체인점 중에서도 비슷한 콘셉트의 매장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SPC그룹이 운영하는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 파스쿠찌가 국내 커피 체인점 최초로 ‘에스프레소 바’를 오픈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SPC 사옥에 있는 이 매장은 기존에는 평범한 커피 매장이었으나 에스프레소 바 콘셉트에 맞게 리뉴얼되면서 지금은 서서 마시는 자리와 여유로운 테라스 공간이 더해졌다. 

 

매장에 따르면, 에스프레소 바 콘셉트로 바뀐 후 에스프레소를 찾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한다. SPC그룹 관계자는 “이탈리아의 커피 브랜드인 파스쿠찌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도 최근 추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시도”라면서 “현재는 시범 운영 중이지만 직영 매장을 늘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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