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이야기 공유·문제점 파악
“약물중독자 ‘김’입니다.”
지난달 19일 오전 10시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경기다르크(DARC) 약물중독재활센터에서 ‘회복을 위한 공동체 모임’이 시작됐다. 마약을 끊기 위해 합숙생활을 하고 있는 마약중독자 10여명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발언하기 전 예외 없이 “중독자 ○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했다. 약물에 중독됐음을 인정하는 것이 중독치료의 시작이라는 임상현 경기다르크 약물중독재활센터장의 신념 때문이다. 임 센터장은 “자신이 중독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걸 받아들여야만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공유하며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2시간가량 이어진 모임은 사회자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사회자는 입소한 마약중독자 중 1명이 돌아가며 맡는다. 사회자가 “현재 자신의 걱정과 고민, 진실한 마음을 알려주면 고맙겠다”고 하자, 한 참여자가 “저는 ‘천박한 즐거움’이란 주제로 말해보겠다”고 자청했다.
그는 “삶을 즐겁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마약을 했고, 멋있어 보이기 위해 좋은 차를 탔다. 아는 척도 많이 했다”며 “그런데 지금 그때를 돌이켜보면 기분이 좋지 않다. 진짜 즐거움이라면 그때를 회상했을 때 가슴이 뛰고 좋아야 하는데 후회만 한다. 전부 다 천박한 즐거움이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럼 ‘품격 있는 즐거움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놀이터에서 아들과 자전거를 타고 논 것, 신혼 여행 때 아내와 밥을 먹은 것, 친구들과 어릴 때 동네에서 뛰어논 것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며 “우리가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구분이 명확해졌다”고 했다.
다른 참여자는 전날 저녁 인천에서 진행한 약물중독자 자조모임(NA)에 다녀온 후기를 공유했다. NA는 회복프로그램 12단계를 진행하며 단약을 노력하는 마약중독자들의 자발적 모임이다. 그는 “모임에 가서 자리에 앉자마자 집단의 힘을 느꼈다”며 “어제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는데도 마치 주먹으로 맞은 듯 가슴이 아팠다. 그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았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다르크엔 12명의 마약중독자가 모여 단약에 도전하고 있다. 20대가 6명으로 가장 많고 30대와 40대도 각각 4명, 2명 있다. 이들은 함께 먹고 자며 매일 단약 의지를 다진다.
입소 후 처음 한 달간은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1년 넘게 경기다르크에서 생활 중인 한 참여자는 “여기 들어오고 나란 사람이 바뀌었다”고 웃어 보였다. 또 다른 참여자 역시 “4개월째 생활 중인데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회복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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