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최대 20년으로 출발한 정책 모기지의 만기가 18년 만에 50년까지 늘어난다. 실수요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데, 실제로 대출자들과 금융권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1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생산·소비·투자의 ‘트리플 감소’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비중을 키워가는 1인가구들은 주거비 부담이 2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 침체에 주식부자 상위 30명의 주식 평가액도 연초보다 20% 가까이 빠졌다.
◆50년 만기 모기지 도입에 원리금 상환 부담 얼마나 줄까
1일 정부에 따르면 민생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오는 8월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최대 50년 만기의 모기지가 선보인다.
우리나라의 정책 모기지는 2004년 3월 처음 출시됐다. 당시 만기는 10·15·20년이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당시 국내의 주택담보대출은 단기·변동금리·만기일시상환 등이 대부분이라 금리 상승 위험에 취약한 구조였다”며 “선진국처럼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담대를 활성화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고정금리를 늘리는 게 정책 도입의 가장 큰 취지였지만, 이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만기가 지속 연장됐다. 30년 이상의 장기 모기지를 공급하는 영국·미국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일본의 50년 만기(FLAT50) 사례도 참고해 2006년 30년 만기의 보금자리론(2005년 10월 명칭 변경)이 출시됐다.
특히 지난해 7월 40년 만기가 도입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막대한 유동성이 시장에 풀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컸다. 분할상환을 유도해야 하는데 월 상환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주춤해지면서 대출 금리 인상이 더 큰 문제로 떠올랐다. 50년 만기의 모기지가 도입됨에 따라 청년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4.4%의 금리로 5억원을 대출한다면 40년 만기의 월 상환액은 222만원이지만, 만기가 50년으로 늘면 월 상환액이 206만원으로 감소하게 된다.
이는 실수요자에게 ‘주거 사다리’를 마련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대출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 부담도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에 2030세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로 주택이나 아파트를 사던 광풍이 재연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은행권에서는 담보가 가장 확실한 주담대에 관한 부분이기 때문에 만기 연장에 대해 특별히 유불리를 따질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정부가 모기지 만기 연장과 함께 예고한 ‘서민 안심전환 대출’이 문제다.
정부는 고금리·변동금리 주담대를 저금리·고정 금리로 바꾸기 위해 20조원 규모의 서민 안심전환 대출도 마련하기로 했다. 안심전환 대출은 1·2금융권의 변동금리(혼합형 포함) 주담대를 낮은 금리의 장기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연소득 7000만원 이하 가구가 대상으로, 가구당 대출 한도는 2억5000만원이다. 보금자리론 대비 금리 인하 폭은 최대 3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다. 월 상환 부담이 감소하는 데다 미래소득 반영분도 늘어나는 만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감소 및 대출한도 증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관리 강화 이후 대출영업에 타격을 받았던 은행들은 탐탁지 않은 시기를 당분간 보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정부의 대출규제가 다소 완화된 틈을 타 변동금리 상품이 많이 팔렸는데, 얼마 되지 않아 더 싼 고정금리로 대거 갈아탈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금리가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라 고정금리 대출의 금리도 다소 높을 수밖에 없고, 당분간 급격히 더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안심전환 대출) 출시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인가구 월 주거비 30만원… 전체 소비의 20% 넘어
1인 가구의 주거비 지출액이 월평균 3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소비지출의 20%가 넘는 수준으로,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다른 가구 형태보다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구원이 1명인 가구가 주거·수도·광열에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30만원이었다. 주거·수도·광열은 실제 주거비, 주택 유지 및 수선, 상하수도 및 폐기물 처리, 연료비 등을 합한 품목이다.
1인 가구의 주거비용은 전체 소비 지출액(146만7000원) 중 20.5%를 차지했다. 특히 1년 전보다 8.2%나 증가해 식료품·비주류음료, 주류·담배, 의류·신발 등 12개 소비 지출 품목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면, 가구원이 2인 이상인 다인 가구가 주거·수도·광열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37만원으로 전체 소비 지출 가운데 12.2%였다. 1인 가구의 주거 관련 지출 액수는 2인 이상 가구보다 적지만 비중은 더 컸다.
처분가능소득 대비로 보면 1인 가구의 주거 관련 지출 비중은 13.9%, 2인 가구는 7.9%였다. 주거 관련 비용은 필수 소비로 꼽히는 만큼 소득이 적은 1인 가구의 주거비 지출 비중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1분기 1인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216만원으로, 2인 이상 가구(465만2000원)보다 249만2000원 적었다. 전체 소비 지출액으로는 2인 이상 가구가 302만6000원, 1인 가구가 146만7000원이었다.
1·2인 가구를 포함한 전체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86만원, 소비 지출액은 253만1000원이었다. 주거·수도·광열 지출액은 34만8000원으로 처분가능소득 대비 13.7%를 차지했다.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다른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서울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서울시 1인 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거비 부담이 있다고 응답한 1인 가구의 비중은 54.1%였다. 세대별로는 주거비 부담이 있다고 답한 청년(20∼30대) 비중이 66.8%로 중장년(40대∼64세, 50.8%)과 노년층(26.9%)보다 높았다.
정부는 청년들의 주거비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저소득 청년에게 월 최대 20만원의 월세를 1년간 지원하는 ‘청년 월세 한시 특별지원사업’과 일정 소득을 갖춘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월세 무이자 대출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제조업생능력지수 1년8개월 만에 최저
지난 4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1년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하락세를 이어가는 등 우리나라 제조업 성장동력이 꺼져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4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05.0(2015년=100)으로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2차 유행이 있었던 2020년 8월(104.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설비나 인력 등 조업 환경이 정상적인 상태라고 가정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량을 나타낸 지수다. 이 지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예전보다 그만큼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월별로는 생산능력지수가 지난 1∼2월 105.1을 기록한 뒤 3월 105.4로 올라가는 듯했지만 4월 105.0으로 내려앉았다. 업종별로는 전자부품(-2.1%) 식료품(-2.1%) 금속가공(-1.6%) 등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이 떨어졌다.
제조업 가동률지수(103.5)도 전월 대비 1.6% 하락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7.0%로 전월 대비 1.3%포인트 떨어지면서 지난해 11월(75.1%)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제조업 생산 자체도 3.1% 줄어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제조업은 우리나라의 임금근로 일자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이다. 특히 제조업 일자리는 임금근로자 중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임금근로 일자리 중 21.1%(420만5000개)는 제조업 일자리였다. 이 때문에 제조업 상황에 따라 고용은 물론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이 이어지면서 경기 불확실성은 점점 더 커지는 모습이다.
4월 생산·소비·투자는 2020년 2월 이후 26개월 만에 동시에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1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내렸고,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3으로 0.3포인트 떨어져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주식부자 상위 30명 평가액 연초보다 20% 빠져
올해 자본시장 침체로 주식부호 상위 30명의 주식평가액이 연초 대비 20%가량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특수와 기업공개(IPO)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약진한 IT(정보기술)·게임 업종의 주가 하락이 도드라지면서 이 업종 창업자들의 주식평가액이 크게 하락했다.
1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개인 2만여명의 지분가치를 조사한 결과 27일 종가 기준 상위 30명의 주식평가액은 81조645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3일 종가 103조9730억원과 비교해보면 22조9085억원(2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998포인트에서 2642포인트로 11.5% 하락했다. 상위 500명으로 넓힐 경우, 주식 가치는 연초 184조8480억원에서 153조7546억원으로 31조934억원(16.8%) 빠졌다. 500명 중 173명은 주식평가액이 늘어났지만 363명은 줄었다.
전체 주식평가액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지분가치가 13조280억원에 달했다. 이 부회장의 주식 지분가치는 연초(14조1770억원)보다 1조1490억(8.1%) 감소했다. 이 부회장의 어머니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8조122억원),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회장(6조2360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5조5120억원) 등 삼성가 인사들도 주식평가액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홍 전 관장의 경우 연초 대비 2조9880억원(27.2%)이나 주식 지분가치가 떨어져 상위 30명 중 가장 많이 하락했다. 이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난 3월 삼성전자 주식 1994만여주를 팔아서다.
한때 주식 가치 평가 1위였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4조8296억원으로 연초(6조7697억원)보다 1조9401억원(28.7%) 하락하며 5위로 밀려났다.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은 연초 대비 53.3%,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은 57.0%가량 지분가치가 빠졌고, 이해진 네이버 최고투자창업자도 연초 대비 28.2% 하락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주식평가액은 2조8735억원으로 연초보다 37.7% 줄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32.4%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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