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총리, 2023년 임기 종료 확실히 밝혀
‘7상8하’ 따라 한정 부총리 등 퇴진 예상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도 물러날 수도
이번에 상무위원 7명 중 5명 교체 가능성
8월 베이다이허 회의 이후 구체적 윤곽
‘리틀 후진타오’ 후춘화 등 60년대생 부상
중앙위 구성원 과반… 20기 70% 차지할 듯
시진핑 후계자는 70년대생 출신 가능성
신흥 중산층 가정서 태어난 ‘개혁의 아이’
20차 당대회서 중앙위에 대거 진입 전망
격대지정(隔代指定)과 10년 재임.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은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1인 지배, 장기집권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본인 이후부터는 당대(當代) 최고지도자가 하나 건너뛰어 차차기 지도자를 선택하는 격대지정과 최고지도자로 10년만 재임한다는 원칙을 만들었다.
이 원칙에 따라 마오쩌둥은 장쩌민(江澤民)에 이은 차차기 지도자로 후진타오(胡錦濤)를, 장쩌민도 차차기 후계자로 시진핑(習近平·69) 현 국가주석을 선택했다. 또 장쩌민, 후진타오 모두 권력 핵심인 중국공산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 국가주석을 5년씩 2차례, 10년만 재임했다.
격대지정과 10년 이상 재임 제한 원칙을 무너뜨린 문제적 인물이 시진핑 국가주석이다.
후진타오 시대 차차기 후계자로 지명된 인물들이 시 주석 위세 앞에서 최고지도부 진출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당 총서기 두 번째 임기에 들어가던 2017년 10월 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후계 구도를 확정하지 않았다. 이어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격)에서는 국가주석을 2회로 제한한다는 규정을 폐지함으로써 장기집권 길을 열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시 주석은 올가을 20차 당대회에서 당 총서기 3연임, 내년 전인대에서 국가주석 3연임을 이어 갈 것이 확실하다.
중국은 당이 국가보다 우위에서 국가의 모든 부문을 영도하는 당국가체제다. 20차 당대회에서의 당직(黨職) 변화를 보면 시진핑 3기 시대의 중국 행보를 가늠할 수 있다.
◆물갈이되는 공산당 최고지도부
“올해가 내가 총리를 맡은 마지막 1년입니다.”
리커창(李克强·67) 국무원 총리는 지난 3월 1년마다 열리는 국회 본회의 격인 전인대 제13기 5차 회의 폐막식 후 기자회견에서 내년에 본인 임기가 종료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인자 집권 10년 만에 3연임하는 시 주석과는 달리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시 주석, 리 총리를 포함해 현재 7명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변화와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홍콩 명보(明報) 등에 따르면 4∼5명이 남고 2∼3명이 교체되거나, 1∼2명이 유임되고 나머지가 바뀌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지도부 교체 시기 상무위원 나이가 67세면 잔류하고, 68세면 은퇴한다는 7상8하(七上八下) 관례를 적용하면 리잔수(栗戰書·72) 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 한정(韓正·68) 부총리는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리 총리와 67세 동갑인 왕양(汪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왕후닝 당 중앙서기처 서기도 퇴진할 수 있다. 이 경우 7인 중 시 주석과 자오러지(趙樂際·65)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만 남고 5인이 바뀐다. 정치국 상무위원 숫자가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9명에서 7명으로 축소된 이래 10년 만에 다시 9명 체제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구체적인 윤곽은 전·현직 지도자들이 모여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치열한 내부 투쟁 후 8월쯤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상무위원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후춘화(胡春華·59) 부총리, 딩쉐샹(丁薛祥·60) 당 중앙판공청 주임, 리창(李强·63) 상하이(上海)시 당서기, 리시(李希·66) 광둥(廣東)성 당서기, 천민얼(陳敏爾·62) 충칭(重慶)시 당서기, 차이치(蔡奇·67) 베이징시 당서기 등이다.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는 후춘화는 후진타오가 차차기 최고지도자로 지명했던 인물로 알려져 시 주석 견제를 받아 왔다.
시 주석의 공동부유,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면서 리 총리 입지가 강화된 점도 차기 지도부 구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 체제를 위협하지는 못하겠지만, 실정(失政)을 기반으로 다른 계파의 발언권이 강화될 수 있다.
◆‘리틀 후진타오’ 후춘화 등 60년대생 주축
현재 우링허우(50後, 1950∼1959년 출생자)가 최고지도부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앙정치국의 바탕이자 당대회가 열리지 않을 때 대표기구인 중앙위원회(376명: 위원 204명+후보위원 172명) 주축은 류링허우(60後, 1960∼1969년 출생자)다. 이 중 후춘화, 딩쉐샹, 천민얼 등이 상무위원이 되면 1960년대생 최초의 최고지도부 입성을 의미한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존손턴중국센터에 따르면 현재 중앙위 구성원 중 류링허우는 과반(51.5%)인 197명이다. 특히 올가을 20차 당대회 후 구성될 20기 중앙위에서 류링허우 비율은 7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베이비붐 세대(1962∼1973년 출생자)에 속하는 류링허우는 샌드위치 세대이기도 하다. 이전 세대인 우링허우가 겪었던 문화혁명의 정치동란을 피했고, 다음 세대인 치링허우(70後·1970∼1979년 출생자)가 누렸던 청년기 풍요로운 삶도 경험 못 했다. 대신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때인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시작됐고, 20대 때에는 당국이 정치풍파로 규정한 1989년 톈안먼 사태를 겪었다. 자유주의적 분위기가 만연했을 때 청년기를 보냈고 서구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는 의미다.
존손턴중국센터 청리 소장은 미·중 전문가의 논문·주장 등을 게재하는 사이트 차이나·유에스포커스(China-US Focus)에서 “류링허우는 톈안먼 사태 당시 어느 편에 섰더라도 이 경험으로 앞선 세대보다 정치적으로 성숙해졌을 것이고 다양한 정치적 견해와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트 시진핑’ 후계 가능성 높은 ‘치링허우’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현실화하면 후계자는 류링허우가 아닌 치링허우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20차 당대회는 ‘포스트 시진핑’ 시대를 조망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현재 치링허우는 지방정부를 기반으로 약진하고 있다. 그들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등 성장 궤도에 진입할 당시 자란 세대다. 신흥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개혁 시대의 아이들’로 불린다.
존손턴중국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중앙정부와 본토의 31개 성(省)급(베이징 등 4개 직할시 및 성·자치구) 정부에서 부부장(차관)이나 당 부서기, 직할시 부시장·부성장·자치구 부주석 등 주요 보직을 맡은 치링허우는 108명에 이른다. 이 중 상당수는 20차 당대회에서 중앙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5년 전 19기 중앙위원 선출 당시 치링허우는 2명에 불과했다.
중앙위원 합류가 가장 유력한 치링허우는 지난 3월 상하이시 당 부서기로 임명된 주거위제(諸葛宇傑·51)다. 1970년대생 중 최초로 성급 당 부서기를 맡았다. 스광후이(時光輝·52) 구이저우(貴州)성 정치법률위 서기와 류제(劉捷·52) 저장(浙江)성 상무위원도 떠오르는 치링허우다.
치링허우는 엘리트 집단이자 전문가 그룹이다. 108명 모두 대졸 출신이다. 94.4%(102명)가 대학원에서 공부했고, 53.7%(58명)는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영국 등 유학 경험자도 23.3%(23명)나 된다.
또 주로 지방정부에서 행정 경험을 쌓았던 이전 세대와 달리 기업, 금융기관 경력자도 42.6%(46명)에 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래 지도자 100인에 포함된 궈닝닝(郭寧寧·52) 푸젠(福建)성 부성장이 대표적이다. 108명 가운데 여성 일곱 명 중 한 명인 궈닝닝은 홍콩과 싱가포르에 있는 은행을 포함해 금융권에서 약 20년 근무했다. 장진강(張錦剛·52) 간쑤(甘肅)성 부성장은 29년간 철강기업에서, 런주펑(任珠峰·52) 장시(江西)성 부성장은 28년간 금속광물기업에서 일했다.
청리 소장은 “1970년대생이 권력 핵심에 도달하기까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기 때문에 미래 지도부에 대한 어떠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20차 당대회에서 중앙위원이 되는 치링허우들은 나라를 운영할 엘리트 세대의 선두주자들”이라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