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나토 국가들과 접촉면 넓히는 ‘중립국’ 오스트리아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2-06-11 10:08:26 수정 : 2022-06-11 10:08: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확 바뀐 유럽 안보환경
‘아직은 중립이 최선’이라지만… 커지는 회의론
오스트리아 대통령 "중립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10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을 방문한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왼쪽)가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와 함께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칼라스 총리 SNS 캡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유럽의 중립국들이 갑자기 커진 안보 위기에 동요하면서 일부는 중립을 포기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신청하는 등 서방으로 기운 가운데 오스트리아의 선택이 주목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중립국이 된 오스트리아는 여전히 “중립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곤 하지만 나토 회원국들과의 접촉을 확대하며 기존 노선에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확 바뀐 유럽 안보환경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10일(현지시간) 북유럽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을 찾아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1991년 에스토니아가 독립한 이래 오스트리아 총리의 이 나라 공식방문(official visit)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토니아를 비롯해 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2004년 나토에 정식으로 가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에스토니아는 국제사회에서 대(對)러시아 제재 및 우크라이나 지원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이지만 국내총생산(GDP)의 약 0.8%를 우크라이나 원조에 쓰기도 했다. 이는 GDP 대비 우크라이나 지원액 비율로 따져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특히 칼라스 총리는 “이번 전쟁은 반드시 우크라이나의 승리, 러시아의 패배로 끝나야 한다”며 유럽 일각의 ‘즉각적 휴전’ 주장에 대해선 “지금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건 섣부른 휴전이 아니고 무기”라고 강하게 반박해왔다.

 

자연히 네함머 총리와 칼라스 총리의 대화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유럽 차원의 통일된 대응에 모아졌다. 칼라스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유럽의 안보 지형도가 완전히 변했음을 지적했고 네함머 총리도 이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데에도 뜻을 같이했다. 비록 오스트리아는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에스토니아와 마찬가지로 유럽연합(EU) 회원국이다. 두 총리는 EU 가입을 간절히 원하는 우크라이나에 EU 회원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는 문제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지난 3일(현지시간) 크로아티아의 유명 휴양지 브리유니를 방문한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오른쪽)이 조란 밀라노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가운데), 보루트 파호르 슬로베니아 대통령과 3국 정상회의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 SNS 캡처

◆‘아직은 중립이 최선’이라지만… 커지는 회의론

 

앞서 지난 3일에는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크로아티아를 방문해 조란 밀라노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 보루트 파호르 슬로베니아 대통령과 3국 정상회의를 가졌다. 크로아티아(2009년 가입)와 슬로베니아(2004년 가입) 역시 나토 회원국이다.

 

회의에서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오스트리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3국의 공통된 역사와 긴밀한 관계를 거듭 상기시키며 “다시 유럽 대륙을 강타한 전쟁 앞에 우리가 분열해선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를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립국의 정상이 나토 회원국 정상들과 함께 러시아를 비판하는 다소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물론 오스트리아가 지금 당장 핀란드나 스웨덴처럼 중립을 내던지고 나토 가입을 신청하는 등 서방 편에 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차대전을 계기로 중립국이 된 점은 핀란드와 같지만 러시아와 1000㎞ 이상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북유럽 핀란드와 달리 중유럽 오스트리아는 러시아로부터 다소 떨어져 있어 안보 위협을 크게 느끼는 것도 아니다. 전쟁 발발 후 러시아를 방문한 네함머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오스트리아는 중립국으로 남을 것이며 나토에 가입할 의사가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왼쪽)과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오스트리아 대통령 "중립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지식인 사회는 흔들리고 있다. ‘남의 나라 영토를 빼앗으려고 군대를 동원하던 과거 시절로 퇴보한 이 마당에 중립 타령만 하는 게 과연 타당한가’ 하는 회의론이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얼마 전 오스트리아의 정계, 학계, 재계, 그리고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저명인사 50명은 판데어벨렌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오스트리아의 중립 정책이 지금 이 시대에도 과연 적절한지 독립적으로 검토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우리는 역사적 맥락에서 핀란드와 다르고 현재로선 중립이 최선”이란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나토 회원국이 되길 신청한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에게 전화해 가입 절차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물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78세, 니니스퇴 대통령은 74세로 동년배다. 평소 국제문제 등을 주제로 자주 의견을 나누고 서로 조언을 구하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니스퇴 대통령과의 통화 후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중립국 지위를 떠나)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중립성은 당연하게 여겨질 수 없다”는 의미심장한 발언과 함께 “강한 국방력 건설과 같은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오스트리아가 기존 중립 노선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차츰 나토, 즉 서방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서현진 '매력적인 미소'
  • 서현진 '매력적인 미소'
  • 아이린 '우아한 윙크'
  • 조여정, 순백 드레스 자태…과감한 어깨라인
  • 전혜빈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