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왼쪽)이 문재인 전 대통령(〃 오른쪽)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를 방문한 뒤 올린 글에서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보수 단체들의 시위를 접한 심정을 밝혔다.
고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오늘은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의원들과 함께 대통령님이 계시는 양산 평산마을에 다녀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의원은 “대통령님은 행복하신지, 여사님은 여전히 밝으신지, 마루, 곰이, 송강이, 토리, 다운이, 찡찡이는 안 싸우고 잘 지내는지, 영남알프스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아름다운 산이 둘려 쳐진 평산마을의 풍경은 어떤지 궁금한 마음도 한아름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늘의 준비물은 작업복! 모두들 국회 배지는 떼고 운동화의 편한 복장으로 모였다. 오늘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며 “미션은 흙 나르기와 잡풀 뽑기. 알록달록 팔토시를 차고 밀짚모자를 쓰고 호미를 집어 들었다. 처음엔 호미질이 낯설었지만 어느 각도로 어떤 힘으로 뽑으면 잡초가 뿌리째 뽑히는지 점점 손에 익더라”고 했다.
고 의원은 “사저 어느 위치에 있든 길가 시위대의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은 너무 적나라하게 들렸다. 왁자지껄 떠들다가도 2~3초 조용해지기만 하면 그들의 욕설은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고 사저 인근 시위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희집 꼬맹이들과 같이 와야지 했다가도 낯뜨거운 욕설을 듣고 놀래 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지더라. 이내 단념했다”며 “하물며 칼날 같은, 저주가 담긴 저 소리들을 매일 듣고 있는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겠나 싶었다. 평산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마을주민들이 겪어야 할 끔찍한 소음피해를 생각하니 제 마음 또한 험해지더라”고 했다.
고 의원은 “대통령님께서 살고 계신 집 앞이어서만은 아니다. 마을주민들의 일상이 파괴되어선 안 되기 때문”이라며 “매일매일 언어의 폭력 속에 살아가야만 하는 주민들을 그대로 두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뉴스로만 보던 광경을 직접 보고 들으니 그 심각성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대로 방관만 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더욱 적극적인 집회 금지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는 일부 보수단체의 확성기 시위가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청와대 출신 위주의 민주당 의원 17명은 지난 5월31일 공동성명을 내고 양산 사저 앞 시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가되는 판이니까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느냐”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6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후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는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금도를 넘는 욕설과 불법 시위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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