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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日 86시간 통신장애… 반면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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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11 23:08:31 수정 : 2022-07-11 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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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저녁,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나갔다. 아내는 저녁 약속에 나갔고, 집에는 아이들만 있었다. 조금 불안했다. 휴대전화가 불통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직은 익숙지 않은 일본 생활, 그사이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바로 연락할 수도 없는데….

집을 비우는 건 길어야 1시간이다. 괜한 걱정이란 것 알았지만 마음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특별한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휴대전화 이용 불가라는 상황 자체가 불안을 키웠다. 일본의 대형 통신사 KDDI의 대규모 통신장애가 만든 작은 풍경이다. 필자는 KDDI 가입자다.

강구열 도쿄특파원

통신장애는 이날 새벽 1시 반쯤부터 시작됐다. 데이터 통신, 음성전화가 먹통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문제는 조금씩 해결돼 갔지만 완전한 복구는 5일 오후 3시40분쯤에야 이뤄졌다. 86시간 동안 3900만 정도의 회선이 영향을 받았다. 과거 다른 통신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규모 면에서 ‘역대급’이었다. 인간관계는 휴대전화로 촘촘히 이어져 있고,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일을 하는 시절이 아닌가. 삶의 기반이 꽤 오랜 시간 정지됐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하기 어렵지 않겠지만 일본 언론에 보도된 몇 가지만 짚어 보자. 110, 119 등 긴급전화가 불가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와의 연락이 끊어져 건강상태를 체크하기 어려웠다. 불볕더위로 날씨 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일부 기상 정보의 갱신이 안 되는 상태가 계속됐다. 현금입출금기를 사용할 수 없는 은행이 있었고, 우편물을 배송하지 못하는 상황도 속출했다. 수시로 건강상태를 체크해야 하는 코로나19 감염자 약 300명과의 연락 두절 상태를 겪은 한 지방자치단체, 갑작스러운 컨디션 난조로 119에 전화했다가 ‘구급…’이란 말만 전달하고 전화가 끊긴 센다이의 한 90대 홀몸노인 등 언론이 전한 구체적인 피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긴급한 연락이 필요하면 공중전화를 이용하라는 권고가 있었지만 공중전화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도 휴대전화가 필요하다는 불만을 전하는 보도도 있었다.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공중전화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 문제라는 뉘앙스의 보도는 시대착오적이긴 해도 절박함이 느껴졌다.

어디나 그렇듯 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눈길을 끈 것은 과거 이런 사례가 있었고, 그때도 나름의 대책이 제시됐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겪고 특정 통신사의 이용이 어려워지면 다른 통신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는 지적은 외국인인 기자도 한숨을 짓게 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나. 특별히 떠오르는 기억은 없다. 그렇다고 남의 일인 양 치부해서 될 일은 아니다. 한국은 통신 인프라가 가장 훌륭한 국가로 꼽힌다. 휴대전화 하나면 웬만한 일은 큰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는 나라다. 그러나 이 자랑스러운 면모는 대규모 통신장애가 발생할 경우 생길 피해가 그만큼 막중하리란 사실을 내포한 것일 수 있다. 일본의 이번 사태를 유심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반면교사라 하지 않는가.


강구열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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