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 다시 ‘철면피(鐵面皮)’라는 단어를 끄집어냈다. 철면피는 쇠처럼 두꺼운 낯가죽을 일컫는 말이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1부부장이 지난해 3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향해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는 대표적 막말로 익숙한 이 단어는 이번에는 미국을 향했다.
북한 외무성은 19일 ‘철면피한의 위협 타령’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 최근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영국 정보보안국(MI5)이 중국의 산업스파이 활동을 지적한 데 대해 “(미·영 정보기관은) 과거는 물론 오늘도 전세계적 범위에서 도청과 절취, 침투, 전복을 서슴없이 감행하고 있는 상습범”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과 켄 맥컬럼 MI5 국장은 지난 6일 영국 런던 MI5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서방의 지적재산과 기술을 훔치고 있다”며 “중국은 전세계에 정보요원을 투입하고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해킹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외무성은 게시물에서 “미국과 서방나라들이 ‘중국 위협론’을 극구 유포시키는 목적은 국제사회에 반중국 분위기를 조성해 저들에게 쏠리는 세계의 이목을 딴 데로 돌려 추악한 범죄행위들을 가리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과 서방나라는 그 누구의 위협을 운운하면서 다른 나라들 발전을 억제하고 저들의 패권적 이익을 추구하기 전에 인류에 커다란 불행과 참화만 가져다 준 과거 범죄 행위부터 국제사회 앞에 심각히 반성하라”고 비판했다.
북한 외무성이 미국을 ‘철면피’라고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 외무성은 미국과 중국이 솔로몬제도 등 남태평양 연안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을 벌이던 지난 5월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를 비롯한 형형색색의 반중국 집단을 조작하고 핵전파 위험을 공공연하게 조성하고 있는 미국이 적반하장 격으로 그 누구의 위협에 대해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북 외무성은 미국발 사이버공격을 다룬 중국 측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국제 사이버범죄의 왕초는 다름 아닌 미국”이라며 “미국은 철면피하게 사이버 공격 피해자로 둔갑하면서 오히려 다른 나라들을 조직적 사이버 범죄 주범으로 몰아대고 제재를 가한다”고 꼬집었다.
북한의 철면피 비난 대상에서 문재인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동생인 김여정 1부부장은 2020년 6월 문 전 대통령의 6·15공동선언 20주년 연설을 비난하며 ‘철면피’, ‘상전의 눈치’, ‘구걸’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이어 지난해 3월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비판 입장을 낸 문 전 대통령을 향해 김 1부부장은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 “미국산 앵무새”, “철면피하다” 등의 악담을 쏟아낸 데 이어 같은 해 9월에도 문 전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우몽하기 짝이 없다”고 험담했다.
문재인정부를 향한 김 1부부장의 ‘막말’은 윤석열정부 출범 한달 전인 올 4월에도 이어졌다. 그는 4월3일 담화에서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을 언급하며 “미친 ×’, ‘쓰레기’ 등의 욕설을 쏟아냈고 이틀 뒤 담화에서도 “겁을 먹고 있다”, “병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북한 선전매체들도 철면피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북한 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지난 3월 문재인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을 담은 ‘2022 통일백서’를 지적하며 “북의 호응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북의 거부로 실현되지 못했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궤변을 늘어놨다”며 “그야말로 철면피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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