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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만 외국인 홀린 평양 유튜버, 증조외할아버지가 김정은에게 보낸 편지 때문에 영국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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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21 16:17:16 수정 : 2022-07-21 16: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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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좋아하는 북한 '키즈 유튜버'… 유창한 영어로 소개

“이렇게 더운 날이면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지만 우리는 학교 바로 앞에 있는 빙수를 먹어요. 여러분이 평양에 오게 되면 이 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빙수를 소개할게요.”

 

지난 19일 유튜브키즈 채널 ‘Sary Voline[송아 SongA Vlog]’에 올라온 2분49초짜리 영상이다. 영상 주인공인 ‘송아’는 ‘송룡’이라는 친구와 함께 북한 평양 대성구역종합식당이라고 간판이 적힌 작은 가게에서 빙수를 먹고 있다.

송아가 유창한 영국식 영어로 평양 주민이 즐기는 여름 간식을 소개하면서 “팥빙수와 참외빙수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송룡은 “(나는) 토마토와 수박을 좋아한다”고 맞장구를 친다. 숟가락으로 빙수를 떠먹다가 “머리가 얼었다”며 깔깔대는 두 소녀의 모습은 보는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송아는 “다음에는 문수물놀이장에서 만나요”라며 후속 영상을 예고했다. 호화 워터파크인 문수물놀이장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표적인 치적 사업이다.

 

올해 1월27일 개설된 이 채널에는 4개의 영상이 올라와 있으며 구독자는 21일 현재 4400명, 누적 조회수는 30만회가 넘는다. 송아는 자신이 11살로 평양 소학교(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며, 평양은 매우 아름다운 도시라고 소개했다. 이어 “평양 곳곳의 흥미롭고 즐거운 장소를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20일(현지시간) 북한이 새로운 ‘키즈 유튜버’를 내세워 체제 선전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유튜브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체제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노골적이고 호전적인 영상에 대한 구글의 계정 해지 방침으로 ‘조선의 오늘’, ‘우리민족끼리’, ‘붉은별TV’, ‘에코 오브 트루스(Echo of Truth)’ 등이 잇따라 폐쇄되자 어린 소녀들을 앞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또다른 대외 선전 목적 계정인 ‘NEW DPRK’의 ‘리수진의 1인TV’도 7세 소녀 수진이의 학교생활과 쇼핑 등 일상에 관한 영상을 올리며 2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채널이다. 하지만 수진이가 한국말로 진행해 외국인 대상 체제 선전 효과는 약할 수밖에 없어 영어에 능통한 송아를 내세웠다는 게 NK뉴스의 분석이다. 

 

영상 속 송아는 어떻게 영어를, 그것도 영국식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었을까. 송아는 4월26일 영상에서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영어를 배웠다”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고 말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까지 지내다 북한 체제에 환멸을 느껴 탈북해 2016년 입국한 태영호 국민의힘 국제위원장은 송아의 성은 임씨이고 그의 아버지는 주영 북한대사관 외교관이었던 임준혁이라고 밝혔다. 태영호 의원에 따르면 임준혁은 영어를 전혀 몰랐는데 부인의 ‘빽’으로 영국에 외교관으로 가게 됐다.

태 의원은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임준혁의 처는 북한 외무성 미국국 과장과 국장, 부상 등을 지낸 박명국의 딸”이라고 말했다. 박명국의 장인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북한 김씨 3부자를 호위했던 리을설(1921∼2015) 조선인민군 호위사령관이다. 리을설은 오진우, 최광 사망 이후 18년간 유일하게 북한군 원수 계급을 갖고 있었던 ‘북한 1세대 영웅’이기도 하다.

 

태 의원에 따르면 박명국이 주호주 공사로 근무할 때 딸(임준혁의 처이자 임송아의 어머니)이 뇌경색으로 추정되는 질병으로 시력이 급격히 저하된 적 있다. 태 의원은 “리을설이 김정은에게 편지를 보내 ‘우리 손녀딸(외손녀)이 병에 걸렸다.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선진국인 영국에 보내 달라”고 부탁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리을설 동지가 바라는 일이면 무엇이든 들어주라”고 지시해 임준혁 부부가 영국으로 가게 됐다고 전했다.

 

태 의원은 “임준혁이 나와 같이 근무한 적도 있는데 당시 임송아는 5, 6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송아는 그즈음 이미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고 말했다. 임준혁은 2019년까지 영국에서 근무를 했는데 태 의원이 한국에 입국한 2016년 이전까지 임준혁의 부인은 완치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태 의원은 덧붙였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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