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편도족’ 급증…도시락 매출도 50% ‘껑충’
업계, 맛·양·건강·트렌드 고려 도시락 라인업 강화
판교 테크노벨리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는 30대 A씨는 고물가 이전부터 혼자 밥을 먹을 땐 편의점 도시락을 즐겨 먹었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반찬이 다양해 나름 차려먹는 느낌도 들어서다. 그런데 최근 점심값을 아끼려는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A씨가 도시락을 사지 못하는 날이 생겼다.
A씨는 28일 “오전 일이 늦게 끝나 12시에 편의점에 갔더니 도시락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근처 편의점 세 군데를 돌았는데도 도시락이 없어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먹었다”면서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고물가 때문에 편의점 도시락 인기가 확실히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점심값이 부담스러워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급증하자 편의점 업계는 도시락 판매 및 관련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일상회복·고물가에 도시락 매출 급등
28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이달 국내 3대 편의점의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 7월 대비 36∼51% 늘었다.
도시락 매출이 가장 크게 늘어난 편의점은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다. GS25의 이달(1∼25일)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보다 50.5% 뛰었다. 월별 매출 증가폭은 1월 16.5%에서 3월 30.8%로 30%를 넘겼으며, 5월 들어 48.3%로 크게 늘어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 편의점 역시 도시락 부문 매출 신장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1월(16%)부터 꾸준히 증가해 이달 매출 증가율 40%를 기록했다.
편의점 업계 1위 CU(BGF리테일) 역시 도시락 부문 매출이 확대됐다. 이달 CU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36.1% 늘었다. 역시 1월 8.6%에서 매월 큰 폭으로 올랐다.
편의점업계 도시락 매출은 1, 2월 완만하게 증가하다가 3월 들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는 거리두기 완화 및 해제와 일상회복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고물가에 따른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최근 몇 달 사이에는 도시락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갑이 얇아진 직장인들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을 즐겨 찾게 된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상반기 외식물가 지수는 전년 누계 대비 6.7% 상승했다. 자장면과 김밥이 9.1%씩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치킨(8.8%), 라면(8.6%), 쇠고기(8.5%), 짬뽕(8.2%), 떡볶이(8.8%), 냉면(7.6%), 삼겹살(7.4%)이 뒤를 이었다.
이같은 외식비 상승에 웬만한 점심값이 1만원을 훌쩍 넘기는 가운데, 편의점 도시락은 5000원정도면 먹을 수 있다. 밥과 다양한 반찬을 갖추고 있어 영양면에서 손색이 없으며, 최근 업계의 도시락 상품 강화로 맛도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6000원 안에 맛·양·영양 모두 담았다
현재 CU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도시락은 복날을 겨냥해 출시한 ‘고창 복분자 너비아니 반상’이다. 100% 고창 복분자 원액을 활용한 복분자밥, 복분자를 발라 구워낸 너비아니, 훈제오리고기와 반찬 4종을 함께 담았다. 가격은 6500원으로 편의점 도시락 가격치고는 비싸지만 건강한 메뉴와 넉넉한 양으로 인기가 높다.
CU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손잡고 개발한 도시락 메뉴들도 꾸준히 잘 팔린다. ‘더블 불고기 정식’ 도시락은 고기 반찬이 많아 20~30대 남성 고객이 많이 찾는다. ‘완전 한판 정식’도 스테디셀러 도시락으로 판매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둘 다 4500원이다.
GS25의 판매 1위 도시락은 ‘뭘좋아할지몰라다넣어봤어’ 도시락이다. 고객 설문을 통해 도시락족이 가장 선호하는 반찬 11가지를 선정해 모두 담았다. 가격은 5500원으로 싸지 않은 편이지만 반찬 중량이 380g으로 일반 도시락 반찬의 두배가 넘는 수준이어서 양 많은 도시락을 선호하는 젊은 남성들이 즐겨 찾는다.
고진만(고기진짜많은) 도시락(4700원)도 GS25의 인기 상품 중 하나다. 소불고기, 돼지불백, 닭볶음, 치킨 등 주로 고기반찬으로 구성돼 있으며 양이 넉넉하다. 쏘야&돈까스도시락(3900원)도 가성비 높은 도시락으로 꾸준히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도시락 중에선 2015년 처음 출시한 ‘한끼연구소 11찬 도시락’(5500원)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떡갈비, 제육볶음, 두부구이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11가지 반찬을 갖췄다. 밥은 농촌진흥청에서 최고 품질로 선정된 명품 삼광미를 사용한다.
‘한끼연구소 전주식비빔밥’(4200원)에도 삼광미가 사용된다. 소고기볶음을 비롯해 콩나물, 당근, 애호박, 표고버섯, 도라지, 취나물, 계란지단 등 8가지 고명이 담겼다. 출시 초기부터 도시락 판매 베스트1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도시락 상품 강화하는 업계
편의점 도시락이 소비자들의 얇은 지갑을 지켜주는 ‘효자템’인 동시에 편의점의 매출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아 가면서 업계는 도시락 상품 차별화와 판매를 확대를 꾀하고 있다.
CU는 모든 도시락에 국내산 새청무 쌀을 사용한다. 또 한돈, 창녕 양파, 남도 조기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해 원재료 자체의 품질을 높였다는 것이 BGF리테일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더건강식단 도시락’, ‘한끼 식단 도시락’ 등 라인을 강화해 고단백, 저칼로리, 저나트륨 등 영양까지 고려한 상품들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BGF리테일 조성욱 간편식품팀장은 “최근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맛과 믿을 수 있는 품질을 가진 편의점 간편식사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난 점을 반영해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GS25는 유료멤버십서비스 더팝플러스(THE POP+)를 통해 도시락 마케팅을 활성화 한다.
더팝플러스는 소비자가 GS리테일의 모바일앱 더팝을 통해 월 이용료를 지불하고 주요 상품들을 20~25%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기 결제형 멤버십이다. 이 중 월 사용료 3990원인 ‘한끼플러스’를 이용하면 도시락, 김밥, 주먹밥, 샌드위치, 햄버거와 베이커리류, 요리 등 주요 먹거리 상품을 월 15개까지 20% 할인받을 수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도시락 판매를 확대해 맛과 품질은 물론 마케팅에서도 차별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은 ‘한끼연구소’ 브랜드의 일반 도시락과 함께 비건(채식주의자) 트렌드에 맞춘 ‘그레인그레잇’ 브랜드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출시된 ‘그레인마요유부초밥’은 대두단백으로 만든 참치를 사용했으며 고소하고 부드러운 풍미로 호평받고 있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일반적인 트레이 형태의 도시락 뿐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덮밥류, 초밥류, 조리면, 스파게티 등 다채로운 형태의 도시락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마트24도 핫도그 전문점 스테프와 협업한 핫도그 상품 2종과 깍두기볶음밥 상품을 출시하는 등 먹거리 상품군을 강화한다.
김홍근 이마트24 도시락 상품기획자(MD)는 “외식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는 만큼 가성비 점심을 선호하는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 “딜리셔스 푸드 라인업을 지속해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