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 넘나드는 中 훈련 놓고
“중간선 무력화 의도” 우려 확산
美·濠·日외교 “평화 안정 긴밀협력”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필리핀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중국을 겨냥해 “필리핀과 맺은 상호방위조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매체 ABS-CBN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6일 마닐라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만나 “양국의 동맹 관계는 굳건하며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에서 260㎞가량 떨어진 필리핀은 동남아의 군사·경제적 요충지로 미국과 중국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미국과 필리핀은 전통적인 동맹이지만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임 대통령이 미국의 외교 정책을 비난하고 중국에는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순탄치 않은 기류가 이어져 왔다.
일본에서는 중국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나들며 진행 중인 군사훈련이 중간선을 무력화하는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간선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것으로 양국의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겨지나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공식 인정하지는 않았다.
일본 NHK방송은 7일 “대만 국방부는 6일에도 중국군이 중간선을 넘어 활동한 것을 확인하고 대만에 대한 모의공격 훈련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보였다”며 “중간선을 넘는 군사활동을 일상화해 군사적 압력을 고조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대만 방면을 담당하는 중국의 동부전구(戰區)는 대만 주변의 하늘과 바다에서 대만 공격에 중점을 둔 연습을 했다고 발표했다”며 “6일까지 4일간 연속된 훈련에서 사실상의 정전 라인인 중간선을 넘은 것을 계기로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전쿤(馬振坤) 대만 국방대 중공(中共)군사사무연구소장은 4일 타이베이(臺北)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향후 더 많은 중국군 군용기와 군함이 중간선을 넘어와 우리(대만) 영공과 영해 주변 가까이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이를 뉴노멀을 만들고자 하며 그렇게 되면 분쟁 시 대만이 대응할 시간dl 줄어든다”는 견해를 보였다.
한편 미국· 호주·일본 외교장관은 중국의 군사활동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과 페니 윙 호주 외교장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지난 4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만나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들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해 같은 생각을 공유한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틀을 통해 효과적으로 협력을 증진하기로 했다. 미국과 호주, 일본은 인도와 함께 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를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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