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표, 홍준표 충고 곱씹어 봐야
尹도 정무적 대응 못한 책임 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그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을 대놓고 작심 비판했다. 일일이 실명을 공개하며 험지 출마를 종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이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건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 위기”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이 ×× 저 ××’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 대표가 같은 목표를 위해 두 번의 선거를 함께 치른 여권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좀처럼 믿기 힘든 현실이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출범도 하기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 한때 비대위 합류설이 제기됐던 김성원 의원이 수해 봉사활동 현장에서 “사진 잘 나오게 비 좀 왔으면…” 하는 실언으로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이 대표가 당에 ‘폭탄’을 투척하면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비대위 출범으로 수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했던 내홍 사태는 다시 확산일로다. 여당 지지율 추락은 피하기 어렵다. 당이 공멸로 간다는 걱정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가 절차의 정당성 측면에서 다소 억울할 법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징계의 핵심인 성상납 의혹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 대표가 잦은 극언과 조롱, 비아냥 등으로 당 내분을 부추기고 대통령의 비난 문자에 언급될 만큼 새 정부 발목을 잡아온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 아닌가. 당과 국정에 더 큰 혼란을 안기지 말아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 대표 회견을 두고 “왜 그런 욕을 먹었는지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부분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윤핵관 책임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2선으로 후퇴하는 게 마땅하다. 만약 출범을 앞둔 비대위에 제 사람을 심어 차기 총선 공천권까지 노리다가는 당내 갈등 봉합은 요원하다. 아울러 대통령실도 각성해야 한다.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고 지방선거까지 승리한 여당이 집권 석 달 만에 비대위 체제를 꾸린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닌데도 수수방관했다. 문제해결을 위한 당과의 조율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소문처럼 만약 대통령실이 이 대표만 쫓아내면 떨어진 지지율이 반등할 거라고 생각해 갈등 봉합을 미뤘다면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이 당의 자중지란에 정무적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큰 만큼 속히 수습책을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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