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100여명 옥상 기습 농성
‘운송료 갈등’ 파업 석달… 3명 구속
使 “업무방해 책임” 27억 손배 청구
勞 “使, 해고자 복직… 교섭 나서라”
최근 하이트진로 공장 3곳에서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16일 하이트진로 본사를 기습 점거했다. 화물연대는 사측에서 요구안을 수용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조합원 100여명은 이날 오전 7시쯤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건물에서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일부 조합원은 옥상으로 올라가 문을 걸어 잠그고 건물 광고판과 창문에 ‘노조 탄압 분쇄, 손배 가압류 철회, 해고철회 전원복직’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 3개를 설치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한때 건물 현관문까지 봉쇄하면서 출근하던 하이트진로 직원들과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오전 8시40분쯤부터 현관문을 개방해 직원 출입은 가능해졌다. 다만 사측이 경찰에 시설보호요청을 하면서 직원 외에는 출입이 불가능한 상태다.
옥상에 올라간 조합원들은 인화물질인 시너를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강제 진압할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남소방서는 오전 10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본사 건물 앞에 에어매트리스를 설치했고, 경찰은 4개 기동대 총 240명을 투입해 현장 관리에 나섰다. 다행히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운송료 인상 외에도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해고자 전원 복직을 요구하며 97일째 파업 중이다. 운송료 인상 요구로 시작된 파업에 하이트진로 측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노조원을 계약해지하면서 갈등은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 3월 하이트진로 경기 이천공장·충북 청주공장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2명은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사측에 운송료 인상과 맥주·소주 운반차량의 운송료 차별 해소 등을 요구했다. 맥주 운반차량은 소주 운반차량보다 운송료가 높다.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가 지분을 100% 보유한 계열사다.
이후 지난 6월 조합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수양물류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132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하이트진로는 법원에 이천·청주공장 집회와 관련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내고, 조합원 11명을 상대로 업무방해 등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27억7600만원가량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지난달 22일 하이트진로의 업무방해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이천공장의 집회가 금지되자 화물연대는 지난 2일부터 강원 홍천에 있는 공장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집회가 진행된 공장 3곳에서는 소주와 맥주 등 주류 출하가 중단되기도 했다. 3개월 동안 이어진 시위로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지부장 등 조합원 3명이 구속되고 75명이 연행됐다. 홍천 공장에서는 농성 중이던 조합원 5명이 하이트교 아래 홍천강으로 뛰어내리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이 경력을 투입해 해산에 나서자 교량에 매달려 저항하는 과정에 투신했는데, 전원 구조됐고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선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이트진로에 와서 하나뿐인 목숨을 두번이나 버려야 한다는 게 너무 눈물이 난다”며 “하이트진로는 더 이상 조합원들을 사지로 몰지 말고 적극적인 교섭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하이트진로 측은 “화물노동자의 운송료를 계속 인상해왔다”고 반박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인상률은 2013년 2.3%, 2016년 3%, 2019년 3.5%, 2022년 5%로 결정됐다. 아울러 집회를 주도한 노조원 12명을 제외한 120명은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복귀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을 뿐이고, 지금이라도 돌아오면 업무가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강경 시위에 나선 12명에 대해선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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