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연설에서 "나토가 핀란드 위해 뭘 해줄지보다
핀란드가 나토 위해 무엇을 할 건지 더 고민하겠다"
美 작가 이름 나열하며 미국인 마음 붙드는 데 주력
“유럽은 미국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 또한 유럽이 필요하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추진 중인 핀란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안보 불안이 가중되는 유럽에 미국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는 동시에 핀란드도 나토를 통해 서방 안보의 일익을 맡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주는 세계시민상을 받았다. 2010년 제정된 이 상은 세계 시민의식 구현과 민주주의 발전 등에 기여한 각국 정치인에게 수여하는데, 2017년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받아 화제가 됐다.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니니스퇴 대통령은 동영상으로 소감을 밝혔다. 러시아와 무려 1300㎞에 걸쳐 국경을 접한 핀란드의 안보가 대서양 너머 미국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며 미국인의 마음을 붙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
자신을 “1950년대 핀란드 시골 마을에 살던 어느 소년”이라고 소개한 니니스퇴 대통령은 어니스트 헤밍웨이, 솔 벨로, 커트 보니것, 폴 오스터, 토니 모리슨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 작가들 이름을 죽 나열한 뒤 “문학은 내가 미국의 정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이었다”고 말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1948년생으로 그가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1950∼1960년대 핀란드는 사실상 소련(현 러시아) 영향권에 편입돼 국제사회에서 행동의 자유 등을 제약받고 있었다.
현재 핀란드의 나토 가입 절차가 막바지 단계임을 감안한 듯 니니스퇴 대통령은 “핀란드는 일단 임무가 주어지면 헌신하는 나라”라며 “나토 회원국으로서 우리는 모든 동맹국의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토에 임하는 핀란드의 굳은 결의를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했다.
“케네디 대통령을 인용하자면 우리는 나토가 우릴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기에 앞서 우리가 나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할 것입니다. 유럽은 미국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미국 또한 유럽을 필요로 합니다. 세상이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분열할수록 우리(미국과 유럽)는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1961∼1963년 재임)의 취임사에 등장해 유명해진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주기 바라기 전에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라는 문구를 응용한 것이다.
한편 미국 뉴욕에서 개회한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인 니니스퇴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튀르키예는 앞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다가 막판에 이를 철회하긴 했으나, 여전히 의회의 가입안 비준을 보류하며 두 나라에 더 많은 외교적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회담 후 니니스퇴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좋은 만남이었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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