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중인 물가는 언제쯤 잡힐까. 정부는 올해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소비자물가가 10월을 기점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른바 ‘10월 정점론’이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6%를 기록하며, 두달 연속 상승폭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인하 등 정책적 노력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무엇보다 국제 유가의 움직임이 다시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유국의 감산은 둔화세를 보이던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이달로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늦어도 10월에 물가 정점이 올 것이란 ‘물가 정점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08.93(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과 7월 6.0%대 상승하며, 1998년 11월(6.8%)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파르게 상승하던 물가는 지난 8월 5.7%로 소폭 하락한 뒤, 지난 달에도 전월 대비 0.1%포인트 낮은 수준을 보이며 둔화세를 이어갔다. 기획재정부는 “석유류 가격이 안정되면서 2개월 연속으로 작년동월비 상승 폭이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16.6% 올랐는데, 지난 6월 39.6%로 정점을 찍은 후 7월 35.1%, 8월 19.7%로 상승세가 둔화됐다. 국제 유가는 한때 배럴당 130달러를 넘었지만, 최근에는 배럴당 100달러대를 밑돌고 있다.
정부는 물가가 10월을 기점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불안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석유수출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다음달 하루 원유 생상율을 이달 대비 200만배럴 감축하기로 한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감산 규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폭이어서, 국내 기름값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도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OPEC+의 감산 발표가 있긴 했지만, 이번 발표가 기조적으로 다시 국제유가를 가파르게 급등시키는 요인이 될지, 혹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하향 추세가 지금 수준으로 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전력은 10월 전기요금 인상폭을 1kWh당 7.4원으로 결정했다.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도 이달부터 메가줄(MJ) 당 2.7원씩 올랐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약 5%, 도시가스 요금은 약 16% 상승한다. 이로 인해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0.3%포인트 가량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5.6%)을 고려하면 10월 물가가 다시 6%대 가까이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최근 고환율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수입 물가 상승 압력으로 국내 물가까지 더 밀어 올릴 수 있다. 한국은행은 환율이 1% 오르면 물가상승률이 0.06%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 전망대로 물가가 10월 정점을 찍는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고물가 상황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아직까지는 10월 정도를 정점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두고 봐야 한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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