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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앱’ 먹통에 대한민국도 마비… 피해 보상 어떻게? [카카오 먹통 대란]

입력 : 2022-10-17 06:00:00 수정 : 2022-10-17 07: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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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 피해 속출
주문 안 돼 손님도 업주도 ‘멘붕’
라이더는 지도 못 봐 일당 날려
기프티콘·축의금 송금 막혀 당황
카톡 자료전송 안 돼 업무 차질도
“앱 교체” “카톡서 해방” 반응도

플랫폼 장애 피해 보상책은
‘카톡’ 무료 서비스는 대상서 제외
모빌리티는 아직 구체안 못 내놔

“하필 장사가 제일 잘되는 주말에 배달부터 결제까지 모두 먹통이 돼 하루 매출을 날리다시피 했어요.”

서울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15일 가게 문을 평소보다 일찍 닫아야 했다. 매장 식사보다는 배달에서 매출이 나오는 가게 특성상 카카오 관련 서비스들이 먹통이 되면서 주문이 끊겼기 때문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카카오톡 계정으로 로그인한 고객들은 오류 때문에 주문을 못하고, 배달 기사도 카카오맵 오류로 불편을 겪어야 했다.

 

지난 15일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영향으로 카카오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이 이용장애를 일으켰다. 연합뉴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등 생활 전반에 깊숙이 침투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들이 주말에 먹통이 되면서 소통의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 활동마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택시·결제·지도 등 부가서비스까지 전부 멈추면서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서울 강남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카카오톡으로 예약을 받는데 먹통이 되면서 당일 예약 손님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했다. 택시 기사들도 앱을 통해 콜을 받지 못했다. 한 택시 기사는 “앱을 통해 콜만 받을 수 있는 카카오블루·카카오벤티는 복구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평소보다 손님이 많은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콜도 못 받고 타격이 크다”고 했다. 카카오톡 내에서 쇼핑, 선물 기능도 마비되면서 이곳에 입점한 업체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카카오톡을 업무용 메신저로 활용하던 직장인들은 업무에 차질을 빚거나 급하게 다른 메신저 앱 또는 문자, 전화로 연락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도 오류가 발생해 일부 시민들은 편의점·카페 등에서 결제를 하지 못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받은 기프티콘도 사용이 어렵자 이용자들의 불만도 이어졌다. 직장인 이모(28)씨는 “지인에게 받은 기프티콘을 사용하려고 일부러 찾아간 식당에서 정작 계산할 때 선물함에 들어갈 수 없었다. 결국 카드로 계산하고 나왔다”고 전했다. 주말이었던 만큼 결혼식 축의금 등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편 사례도 이어졌다.

16일 카카오톡 선물하기 페이지에 지난 15일부터 서비스가 점검 중이라는 안내가 공지돼 있다. 카카오톡 캡처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국내 5대 거래소 중 한 곳인 업비트가 카카오톡 장애로 인한 피해를 봤다. 업비트 고객은 카카오톡이나 애플 아이디로 로그인한 뒤 가상화폐를 사고파는데, 카카오톡 로그인 자체가 안 되면서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고객 불만이 잇따랐다.

카카오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먹통’ 사태가 이어지자 “다른 메신저나 앱으로 갈아타자”는 반응도 있었다. 실제 전날 실시간 앱스토어 다운로드 상위권은 네이버가 제공하는 메신저인 라인과 텔레그램을 포함해 다른 교통 앱 등이 차지했다. 카카오 경쟁사들도 때맞춰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라인은 모바일 버전 검색창 하단에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 라인을 사용하세요’라는 문구를 노출했다.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카카오톡 마비로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대학교 교직원 김모(35)씨는 “불필요한 연락을 자주 안 해도 되고 필요한 메시지는 문자로 하면 되니 오히려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41)씨는 “쉬는 날은 카카오톡을 보지 않으려 해도 휴일을 방해하는 메시지들이 뜨곤 했는데 이번에 단절되니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았다”며 “메신저가 없었던 시기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멜론·카카오웹툰 “이용권 3일 연장”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와 네이버의 서비스 장애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으면서 이용자 피해 보상 절차 및 범위는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톡 등 무료 서비스는 보상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지만, 유료 서비스는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유료 서비스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음악 플랫폼 멜론은 16일 공지를 통해 “(전날부터 오류를 빚은) 카카오 계정 로그인 및 스트리밍 서비스는 정상화된 상황이지만, 일부 기능은 복구가 진행 중으로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사과했다.

 

멜론은 이날 기준으로 멜론 이용권을 보유한 고객 모두의 이용권 사용 기간을 3일간 연장하기로 했다. 정기결제 이용권 이용자는 결제일을 기존 일자에서 3일을 미뤄 주고, 티켓 이용자는 기존 만료일을 3일 연기하는 식이다. 애플과 구글 인앱 결제로 구매해 결제일 변경이 어려운 경우나, 일부 제휴 이용권은 멜론 캐시 1500원을 지급한다. 15일이 이용 기간 마지막 날인 이용자들에게도 캐시 1500원을 준다.

 

웹툰서비스 카카오웹툰도 이날 공지에서 “오전 7시 기준 모든 서비스가 정상화됐으며, 데이터 유실이나 손실은 없었다”며 서비스 장애와 복구 장기화에 대해 사과했다.

 

회사는 서비스 장애 기간 내 대여 중인 웹툰 회차 및 만료된 회차의 열람 기한을 72시간 연장할 예정이다. 장애 기간에 만료된 캐시는 다시 지급한다. 카카오웹툰은 “세부 데이터 확인과 시스템 적용 등에 일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추가 공지를 통해 케이스별 보상 시점을 안내하겠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아직 구체적인 보상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 T를 이용하는 택시 기사들은 이번 오류로 한동안 손님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16일 오전 경기 과천의 한 카카오T 주차장 무인 정산기에 시스템 장애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낮 12시 기준 카카오 T의 택시, 대리, 퀵, 택배 등 기능이 복구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바이크, 주차 등 일부 서비스와 카카오내비 검색, 카카오지하철·버스는 아직 이용할 수 없고, 카카오 T 택시·대리 기사·픽커(배달기사) 앱에서도 일부 기능이 불안정한 상태다.

 

카카오톡은 무료 서비스지만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브랜드 광고를 하는 업체의 경우에는 광고료를 내는 유료 서비스 이용자이기 때문에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상 문제와 함께 책임 소재 논란도 뒤따를 전망이다. 일차적으로는 카카오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피해를 본 고객들에게 보상한 뒤,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카카오가 피해원인, 대응조치 등을 이용자에게 고지하도록 점검하고, 복구가 마무리되는 대로 피해 상황 및 보상 등 관련 대책을 지속해서 점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SK의 디지털 정보기술 사업 ‘메카’

 

카카오와 네이버가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의 무더기 접속 장애의 원인이 된 화재는 경기도 성남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에서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한 데이터센터 건물엔 카카오와 네이버 등이 입주해 있다.

 

SK 판교 캠퍼스 내 SK C&C 데이터센터는 회사 측이 디지털 정보기술 사업의 메카로 내세우는 곳이다. SK 판교 캠퍼스의 A·B동 중 A동으로, B동에는 SK C&C 사무 공간이 있다. 데이터센터 건물은 2016년 8월 설립된 지상 6층, 지하 4층 규모(연면적 6만7000여㎡)다. 지하 2층∼지상 6층까지 카카오·네이버·SK 관계사의 데이터센터 관리 시설이 있다. 나머지 층은 전기 설비 공간과 주차장 등으로 이뤄져 있다.

 

회사 측은 데이터센터 건물 내 구체적 입주 회사와 정확한 시설 배치는 대외비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SK C&C는 당초 2∼3층만을 데이터센터로 사용하기로 신고했지만, 이후 용도를 변경해 건물 전체를 데이터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난 데이터센터 건물은 현재 외관상으로는 화재 흔적이 보이지 않는 상태다. 다만 건물 내부와 외부에서 매캐한 냄새가 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3시 33분 데이터센터 건물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이곳의 무정전전원장치(UPS)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건물 관계자 신고를 받고 출동해 화재를 진압했다. 전기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서버실과 전산실까지 옮겨붙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한서·김준영·이도형·안승진·우상규·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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