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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는 아파트다.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고, 디자인도 거의 똑같은 모습이다. 이는 아파트의 교환 가치를 높였다. 건축학계는 서양의 아파트가 우리 주거 생활에 도입된 시초를 1962년 준공된 서울 도화동 마포아파트로 본다. 최초로 아파트에 연탄 보일러를 놓았다. 이어 1967년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세운상가아파트, 1971년 엘리베이터가 처음 설치된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 고급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섰다. 1976년에는 대통령령으로 ‘아파트 지구’가 신설돼 11개 아파트 지구가 지정됐다. 정부의 주택산업 진흥정책과 중산층 육성정책이 맞물려 아파트 보급을 확산시켰다.

건축가 승효상은 “우리 땅에 세워진 아파트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형식을 띄는데 바로 ‘단지’라는 개념 때문”이라며 “이 땅의 아파트는 그 세대수가 얼마이든지 들어서기만 하면 그 둘레에 울타리를 치고 주변과 관계를 단절시키는 단지가 된다”고 개탄했다. “어디에도 우리 공동체의 삶을 위한 담론이 없었고 건축의 시대적 정신이 없었다”(‘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는 것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출세욕, 남보다 나아지겠다는 욕심은 남들보다 얼마나 비싼 아파트에 살고 있는지에 따라 판가름난다”(‘아파트의 이해와 활용’)고 했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는 교육·생활 환경이 편리하게 조성돼 누구나 선망하는 주거지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19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택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했다.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지 19년 만이다. 1979년 28개동 4424세대로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최고 35층 33개동 5778세대(공공주택 678세대)의 단지로 탈바꿈한다.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승효상은 “건축이 목표하는 바는 단순한 부동산의 가치를 뛰어넘는 공공성의 가치”라고 했다. 건축가 유현준은 “미래는 우리가 만드는 오늘의 선택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공간의 미래’)고 했다. 재건축 사업 관계자들 모두 염두에 둬야 할 말이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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