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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후진타오의 ‘불편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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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24 23:09:12 수정 : 2022-10-24 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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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의 정점은 정치국 상무위원이다. 7명으로 구성돼 ‘칠룡치수’(七龍治水)라고도 부른다.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권력을 나눠 중국을 통치한다는 말로, 중국공산당 집단지도체제의 출발점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작품이다. 그는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을 막기 위해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집단지도체제를 선택했고, 지도자를 사전에 지정해 다양한 경험을 쌓게 했다. 이른바 격대지정(隔代指定) 원칙이다.

이합집산과 배신이 난무하는 권력의 속성을 감안할 때 쉽지 않았지만 설계자의 뜻대로 유지돼 왔다. 신기할 정도였다. 2012년 출범했던 시진핑 집권 1기 때도 그랬다. 당시 임명된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용은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세력 간의 타협과 조정의 산물이었다. 제18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와 장쩌민,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뒤편으로 시 주석이 말없이 지나쳐 가는 장면이 담긴 사진은 이를 대변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시 주석은 2007년 상무위원에 발탁되기 전까지 줄곧 지방을 전전했다. 당 중앙에 이렇다 할 인맥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는 집권 5년 동안 자신의 부하들을 잇달아 중요 요직에 등용했고, 이들의 수가 늘면서 새로운 파벌이 형성됐다. 시진핑 사단으로 불리는 ‘시자쥔’(習家軍)이다. 집단지도체제가 약화하고 시진핑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대부’ 격인 후진타오 전 주석이 22일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 폐막식 도중 갑자기 퇴장했다. 그것도 시 주석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말이다. 한 치의 빈틈이 없는 행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건강이 안 좋아서 데려가 쉬게 했다”고 해명했지만, 서방 언론은 이번 당대회의 가장 상징적 사건으로 “후 전 주석이 끌려나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다. 후 전 주석 퇴장 영상은 중국 매체와 소셜미디어에서 완전히 삭제됐다.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해 시진핑 ‘1인 천하’를 공고히 한 상징적 장면으로 오래 남을 듯하다. 더불어 권력 투쟁과 정치 보복의 시작으로 이어질지도 지켜볼 일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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