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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숲을 가꾸는 일이다. 나무 한 그루는 네 사람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산소를 공급해준다. 산림 1㏊는 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연간 16t 흡수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매년 6400만㏊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세계 각국이 식목일을 통해 나무 심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우리의 식목일 4월 5일은 조선 성종 24년 양력 4월 5일 성종이 세자·문무백관과 함께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밭을 일군 날을 기념해 1946년 지정됐다고 한다. 식목일은 부침이 많았다. 1960년 공휴일에서 제외된 후 3월15일이 ‘사방(砂防)의 날’로 대체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다 이듬해 공휴일로 부활했다. 1982년 국가기념일로까지 지정됐지만 공휴일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이 나와 2006년부터 국가기념일로만 남아 있다. 식목일 조정 논의도 활발하다. 최근 50년간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한 데다 겨울이 짧아진 게 원인이다. 3월 평균 기온이 나무심기에 적합한 6.5도라는 것을 근거로 식목일을 앞당기자는 주장이 세를 얻고 있다. 3월을 ‘식목월’로 하자는 말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한 녹화 조림 성공 국가로 꼽힌다. 1970년대 시작된 집중 조림의 결과 민둥산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벌거숭이산투성이다. 북한에 식목일이 없어서일까. 북한이 3월2일인 ‘식수절’을 3월14일로 또 바꿨다. 당초엔 김일성 주석이 평양 문수산에서 나무를 심은 1947년 4월6일이었다. 그러다가 1999년 김 주석과 김정일이 모란봉에서 산림구상을 제시한 것을 기념해 3월2일로 식수절을 변경했다.

이번에 또 바꾼 이유가 황당하다. 6·25전쟁 시기인 1952년 3월14일 김일성이 미군 폭격으로 파괴된 산림 복구를 지시한 날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전쟁범죄 책임을 미국으로 돌려 내부결속을 다지려는 저의다. 북한의 민둥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식량·에너지난이 심각해졌지만, 핵·미사일 개발에만 목을 맸다. 주민들은 땔감 마련을 위해 벌목에 나서고, 산은 논밭으로 개간됐다. 북한의 녹화 조림, 될 일이 아니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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